[N현장] "故전미선 마지막 작품"…'나랏말싸미', 눈물과 진심의 시사회(종합)

조철현 감독(왼쪽부터), 배우 송강호, 박해일이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나랏말싸미’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나랏말싸미`는 모든 것을 걸고 한글을 만든 세종과 불굴의 신념으로 함께한 사람들,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19.7.15/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나랏말싸미'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배우 고(故) 전미선을 애도했다. 시사회장에서는 조심스럽지만, 계속해서 전미선에 대한 애도의 표현이 등장했다.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매가박스에서 영화 '나랏말싸미'(조철현 감독)의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조철현 감독과 주연 배우 송강호 박해일 등이 참석했다. 행사장 후반에는 고 전미선을 애도하는 의미로 배우들의 포토 타임이 따로 주어지지 않았다.

'나랏말싸미'는 나라의 가장 고귀한 임금 세종과 가장 천한 신분 스님 신미가 만나 백성을 위해 뜻을 모아 글자를 만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문자와 지식을 권력으로 독점한 시대,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마지막 8년을 담았다.

송강호가 극중 세종대왕 역을, 박해일이 신미 스님 역을 맡았다. 또 고 전미선이 소헌왕후를 연기했다.

조철현 감독이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나랏말싸미’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故 전미선 배우 질문에 힘들어 하고 있다. `나랏말싸미`는 모든 것을 걸고 한글을 만든 세종과 불굴의 신념으로 함께한 사람들,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19.7.15./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연출자인 조철현 감독은 이번 영화에 대해 "이 영화는 다양한 훈민정음 창제설중 하나일 뿐이다. 그걸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영화일 뿐이라는 자막을 넣었다. 저로서는 넣고 싶지 않은 자막일 수있으나 그 누구도 역사적 판단 앞에서는 겸허해야 한다"면서 "세종과 신미스님, 한글창제 과정에서 가장 긴밀한 파트너야 하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경쟁자였다. 프로타고니스트면서도 서로에게는 안타고니스트인 갈등구조를 넣었다. 세 사람의 관계를 중심 축으로 하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소헌왕후의 캐릭터가 두 남성의 캐릭터와 함께 대등하게 한 축을 담당하는 것에 대해 "이상한 말 같지만 여자들이야 말로 대장부라고 생각한다"면서 "이 영화의 기본 얼개를 한 명의 대장부, 두 명의 졸장부라 생각했다. 대장부는 소헌왕후"라고 말하며 세 명 캐릭터의 관계에 대해 유머러스하게 설명했다.

또 "세종대왕은 빚이 많고 상처 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왕위에 오르기까지 전대의 수많은 권력 투쟁이 있었고, 형님 두분을 제끼고 왕이 되는 과정이 있었다. 왕이 되자마자, 아버지가 처가를 역적으로 몰아서 몰락시키는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상처받은 인간이 아닌가 한다"며 영화 속 인간적으로 그려진 세종대왕 캐릭터의 의미에 대해 밝혔다.

배우 송강호, 박해일(오른쪽)이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나랏말싸미’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나랏말싸미`는 모든 것을 걸고 한글을 만든 세종과 불굴의 신념으로 함께한 사람들,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19.7.15./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송강호와 박해일은 각각 실존 인물을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송강호는 "우리 스스로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자기 마음 속에 세종대왕은 이럴 것이다 하는 게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오히려 저는 그런 쪽의 모습을 조금 더 배우로서, 연기자로서 창의성을 높이는 쪽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영화가 가장 위대한 업적 중에 훈민정음이라는 우리 말을 만드신 것이 있는데 사실 이것을 만드는 과정이나 만드는 과정 속에서 세종대왕께서 가졌던 개인적인 고뇌, 군주로서의 외로움을 담는 이런 식의 접근은 처음이지 않을까"라고 영화의 특별함을 강조했다.

박해일이 맡은 신미는 역사적으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박해일은 "시나리오를 받으면서 처음 알게 된 실존 인물이다. 결과물이 만들어진다면, 이 영화를 관람할 많은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궁금함이 있는 캐릭터였다"라며 "스님다워지기 위해 촬영 전에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기존 스님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문자에 능통해 세종대왕과 만나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인도학 교수님을 찾아 산스크리트어를 배울만큼 배워서 집중도 있게 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다소 무거운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 맨 마지막에는 '아름다운 배우, 고 전미선님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자막이 등장했다. 전미선에 대한 애도의 뜻이 담긴 영화 측의 메시지였다.

배우 송강호가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나랏말싸미’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나랏말싸미`는 모든 것을 걸고 한글을 만든 세종과 불굴의 신념으로 함께한 사람들,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19.7.15/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배우 박해일이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나랏말싸미’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故 전미선 배우를 애도하고 있다. `나랏말싸미`는 모든 것을 걸고 한글을 만든 세종과 불굴의 신념으로 함께한 사람들,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19.7.15./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조철현 감독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영화 속 소헌왕후가 세상을 떠난 후 지내는 천도제 장면이 나오고, 소헌왕후를 연기한 전미선이 고인이 된 상황에 대해 밝히며 "천도제 장면 찍을 때 전미선씨는 그 자리에 없었다. 당시 가이드 음악 듣는데 궁녀 역 여러 연기자들이 많이 울더라. 연출자로서 울지 말라고 참아달라고 부탁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고 "힘들다"며 눈물을 흘렸다.

송강호와 박해일도 세상을 먼저 떠난 동료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밝혔다. 송강호는 "천도제 장면을 찍을 때는 그날이 저희 아버님이 돌아가신 날이었다. 하필이면, 그래서 어떻게 그 촬영을 끝내고 서울로 올라왔던 기억이 있다. 영화 속에는 이런 결과가 되니까, 저희들도 영화를 보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착찹함이 있다"면서 "의도치 않았지만, 이 영화의 어떤 슬픈 운명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박해일 역시 "기억이 생생하다. 촬영 때 각자 배우들이 치열하게 준비해 촬영하고, 그날 촬영 마치면 맛있는 식사 하면서 오손도손 과거 촬영 얘기도 하고 이 작품에 대한 설렘도 나누던 그런 시기가 있었다"면서 충격을 드러냈다.

또한 "개인적으로 선배님의 마지막 작품을 함께 해서 너무나 영광이고, 보시는 분들도 저희 작품을 따뜻한 온기로 품어주시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본격적인 행사 시작 전 제작사인 영화사 두둥 오승현 대표가 나와 전미선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영화를 둘러싼 저작권 논란 등에 대해 밝혔다. 오승현 대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희와 함께 했던 전미선 님의 비보를 접하고 저희가 충격에 빠졌었다. 영화가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고인을 진심으로 애도하는 마음이 먼저라고 생각했었다"면서 영화 개봉 연기를 고려했지만, 유가족과의 상의 하에 개봉은 그대로 하고 일정을 최소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저작권 소송에 대해 "최근 저작권 소송에 휘말렸다. 영화 개봉하면 금방 모든 분들이 아시겠지만 우리 영화는 어떤 원안 원작이 없는 순수 창작물임을 이 자리에서 확실히 다시 말쓰드릴 수 있다. 합의 안 보고 저희가 오히려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나랏말싸미'는 오는 24일 개봉한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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