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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금융위기때 수준 2%대 인상률… 퇴장했던 민노총도 표결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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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10년 만에 2%대로 낮춘 것은 지난 2년간 두 자릿수의 급격한 인상이 우리 경제가 떠안기에는 너무 무거운 짐이었다는 것을 정부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낯선 경제 실험의 부작용으로 경제 약자(弱者)들의 일자리와 벌이가 줄었고, 최저임금 인상을 떠안게 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큰 고통을 받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면 소비와 투자가 늘어 경제가 선순환한다"는 소득 주도 성장의 논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지난 2년간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 폐업이 속출하고 저소득층의 일자리 기회가 사라졌다"면서 "최저임금 2%대 인상이 일시적인 속도 조절이 아니라 경제 정책의 전환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2년간 고삐 풀렸던 최저임금, 남은 건 일자리와 소득 감소

문재인 정부 들어 2년간 29%나 오른 최저임금은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저소득 근로자가 몰려 있어 최저임금에 큰 영향을 받는 도소매·숙박·음식업종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8만5000명(6월 기준)씩 취업자가 증가했지만,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된 최근 2년간은 취업자가 오히려 5000명 감소했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파트와 건물 경비원 등이 대량 해고되면서 사업시설 관리·사업지원·임대 서비스업 취업자도 지난 2년 사이 7만6000명 줄었다. 2013년부터 2017년 사이에는 이 업종에서 취업자가 15만8000명 증가했었다. 매달 발표되는 고용 통계에서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서는 것이 흔한 일이 돼버렸다.

조선비즈

미소 짓는 최저임금위원장 - 12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8590원으로 결정한 직후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이 투표 결과가 공개된 화면 옆을 지나가고 있다. /신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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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의 질은 악화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과 비교할 때 2019년 6월 취업자는 총 38만8000명 늘었는데, 주당 취업시간 14시간 이하 근로자는 43만명 증가한 반면 36시간 이상 근로자는 66만명 감소했다. 질 좋은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저소득층의 소득은 크게 줄었다. 소득 1분위(하위 20%)의 근로소득은 최저임금이 급속하게 인상되고 2년 만에 26%나 감소했다. 중산층에 속하던 자영업자들은 소득이 감소해 소득 1~2분위(하위 40%) 계층으로 추락했다. 지난 1분기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서는 소득 1분위의 사업소득이 증가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통계청은 "2~3분위에 속해 있던 자영업자 가운데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로 내려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노총 정부 맹비난, 냉각기 오래가진 않을 듯


조선비즈



이번 결정에 대해 경영계는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동결이나 삭감이 되지 않아 아쉽다는 말을 하지만, 역대 최저 수준인 2%대 인상률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내년 최저임금은 동결 이하에서 결정되는 것이 순리였지만, 국민 경제 주체 모두 힘을 모아야 하는 차원에서 (경영계가) 감당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노동계는 맹렬한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노총은 '소득 주도 성장 폐기 선언한 문재인 정부'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 절규를 짓밟고 최저임금이 가진 의미를 뒤덮어 끝내 자본 편으로 섰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도 "노동 존중 정책, 최저임금 1만원 실현, 양극화 해소는 완전 거짓 구호가 됐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정부도 노동계의 이 같은 비난을 예상했겠지만, 당장은 친(親)노동보다는 최저임금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 안팎에서는 '동결'까지 거론하면서 속도 조절을 주장했다. 그러나, 노동계와의 '거리 두기'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 등을 통해 노동계 달래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익위원들의 주도로 정해진 2%대 인상률이 정부의 책임이라며 비난하고 있지만, 표결 당시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지 않고 끝까지 참석했다는 점에서 극한 투쟁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전직 민노총 고위 간부는 "(어려운 경제) 현실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투쟁보다는 정부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서, 향후 정부·여당과 협상해 얻어낼 것은 얻어내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규민 기자;곽창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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