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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새벽 5시 표결… 민노총, 결과 나오자 아무 말 없이 빠져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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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새벽 5시 밤을 꼬박 새운 최저임금위원회는 경영계가 제시한 8590원과 노동계가 요구한 8880원을 표결에 부쳤다. 9명씩인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등 27명 전원이 투표에 참여했다. 공익위원들이 경영계의 손을 들어주면서 15대11(기권 1명)로 경영계 방안대로 정해지자 민주노총 소속 위원들은 굳은 얼굴로 입을 다문 채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전날 오후 4시 30분 회의를 시작해 밤샘 협상을 벌인 지 약 13시간 만이다.

이날 회의는 시작부터 삐걱댔다. 근로자위원 가운데 민주노총이 추천한 4명이 불참해 시작하자마자 5시간가량 정회했다. 민노총은 이날 오후부터 회의장인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건물 앞에서 "최저임금 삭감안을 제시한 사용자 단체를 규탄한다"며 농성을 벌였다. 민노총 측 위원들은 회의장 대신 농성장에 가 있기도 했다. 논란 끝에 이들은 밤 9시 30분 회의장에 들어섰다. 노동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민노총의 등을 떠밀었다고 보면 된다"면서 "그동안 경영계의 회의 보이콧(참석 거부)을 강하게 비판해왔기 때문에 불참하기도 명분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노총은 회의 내내 한노총보다 강경한 입장이었다. 한 근로자 위원은 "최종 표결을 앞두고 한노총은 공익위원들의 표를 받기 위해선 4~5% 인상 정도로 낮춰야 한다고 봤는데, 민노총 측에서 더 높여야 한다고 해서 6%를 넘는 인상률을 제시했다가 표결에서 패배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위는 제도가 시작된 1988년 이후 노사 어느 한쪽이 표결에 불참해 반쪽 표결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17번이나 된다. 경영계가 9번, 노동계가 8번 불참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전에는 표결에 불참하거나, 참석하더라도 현장에서 이의 제기 등을 하기 일쑤였는데 이번에는 고성이 오가는 일도 없이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에서 표결을 마쳤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노동계가 정부의 최저임금 속도 조절에 소극적으로 동의해줬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주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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