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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한번 실업자는 계속 실업자' 노동시장 경직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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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실업자는 영원한 실업자, 한 번 취업자는 영원한 취업자…. 우리나라 고용시장 현주소다.

금융 위기 이후 우리나라에서 실업자가 새 직장을 가질 확률과 취업자가 직장을 잃을 확률이 나란히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장이 갈수록 경직되고 있다는 뜻으로, 이렇게 되면 국가 전체적으로 노동생산성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노동이동 분석: 고용상태 전환율을 중심으로'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8만명의 취업·실업 상태를 추적한 결과를 11일 내놨다. 이들은 통계청 고용통계에서 특정 월(月)에 '실업' '취업' '경활(경제활동 인구)' '비경활(비경제활동 인구)' 등으로 분류돼 왔지만, 그다음 달엔 어떻게 됐는지 흐름을 알 길이 없었다. 이번에 한국은행은 8만명 개개인에 식별 코드를 부여해 이번 달 실업자가 다음 달엔 여전히 실업 상태인지, 아니면 취직을 했는지 등을 알아본 것이다.

그 결과, 이달 실업자가 다음 달 취업자가 된 '취직률'은 2000~2009년 사이 28.2%였고, 2010~2018년엔 25.6%로 2.6%포인트 하락했다. 반대로 이달 취업자가 다음 달 실업자가 된 '실직률'은 2000~2009년 사이 1.0%에서 2010~ 2018년엔 0.8%로 0.2%포인트 떨어졌다. 취직률과 실직률이 함께 떨어졌다는 것은 이미 직장을 잡은 사람은 고용 상태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지만, 아직 직장을 잡지 못한 사람은 계속해서 직장을 잡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이런 현상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실직률과 취직률을 더한 '노동회전율'은 한 나라의 고용시장이 얼마나 유연한가를 보는 척도로 쓰인다. 우리나라의 노동회전율은 이탈리아·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보다는 높지만, 미국·노르웨이 등보다는 낮았다. 한국은행은 "노동회전율은 나라별 고용 보호 수준, 노동시장 제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어느 수준이 적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우리나라처럼 추세적으로 이 수치가 계속 떨어지는 것은 이례적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기업의 고용 창출 능력이 약화하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고용시장 유연성이 떨어지고 있으며, 이는 결국 노동생산성 하락을 초래할 것이라는 얘기다. 기업 생산 시설이 해외로 이전되면서 생산직 근로자들의 고용과 해고 자체가 줄어드는 것도 전체 노동회전율을 낮춘 요인으로 지목됐다.

연구를 진행한 오삼일 한국은행 모형연구팀 과장은 "한계 기업은 퇴출되고 새 기업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해고와 고용이 활발히 일어나야 하는데, 이를 위한 기업의 의사 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ej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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