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선 할머니 "왜 내 얼굴에 침 뱉냐"
사진=연합뉴스 |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가연 인턴기자] 평화의 소녀상에 침을 뱉은 한국인 남성들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조롱하려는 목적을 갖고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범행 당시 일본말로 "천황폐하 만세(덴노헤이카 반자이)"를 외친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경기 안산상록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일 안산시 상록구 상록수역 광장에 설치된 소녀상에 침을 뱉고 엉덩이를 흔드는 등 조롱행위를 한 A(31) 씨와 B(25) 씨 등 20·30대 남성 4명은 "위안부 피해자들을 조롱하려고 그랬다"고 범행동기를 밝혔다.
이들은 범행 당시 일본어로 "천황폐하 만세"를 외친 것에 대해서도 "일본말을 하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더 모욕감을 줄 것 같아서"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경기 광주 나눔의집을 방문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이러한 사실은 전달한 뒤, A 씨 등 4명에 대한 고소 의향을 재차 확인했다고 밝혔다. 모욕죄는 친고죄로, 피해자가 고소해야만 처벌이 가능하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92) 할머니는 "왜 내 얼굴에 침을 뱉느냐"며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피해 할머니들은 "청년들이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갖도록 놔둔 우리 사회의 책임도 있다"라며 A 씨 등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다면 고소는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했다.
나눔의집 측은 A 씨 등이 사과를 거부할 경우에 대비하여 피해 할머니 6명을 대리해 고소장을 제출했다.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은 "최근 A 씨 등이 연락을 해왔는데 그들 사이에서 할머니들께 사과하는 것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같아서 일단 고소장을 냈다"라며 "처벌보다는 사과하도록 하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는 할머니들의 뜻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밝혔다.
A 씨 등은 앞서 지난 6일 오전 12시8분께 상록수역 광장 소녀상에 침을 뱉고 엉덩이를 흔드는 등 조롱행위를 하고, 이를 제지하는 시민과 시비를 벌인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당시 범행을 목격한 시민 2명이 각각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자들은 이들 무리 중 한 명이 일본어를 구사했다며 이들이 일본인으로 추정된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모두 한국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가연 인턴기자 katekim22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