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대변인 "회담도, 협상도 아닌 만남"
북한도 1ㆍ2차 회담과 달리 '회담' 아닌 '상봉'
공식 회담 부담 덜며 트럼프,김정은 모두 국내 성과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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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기류는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양 정상의 판문점 만남 직후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 매체를 통해 “역사적인 상봉”이라고 보도했다. 북한 외무성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영어 번역본에서도 ‘Historic Meeting’으로 표현했다. 정상회담을 뜻하는 ‘summit’은 담기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과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때와는 다르다. 북한은 당시 각각 “역사적인 첫 수뇌상봉과 회담”(Historic First DPRK-U.S. Summit Meeting and Talks, 싱가포르 1차 회담) 이라거나 “2차 수뇌회담“(secondary summit talks)이라고 표현했다. 이번엔 양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난 건 맞지만 정식 회담은 아니라는 의미에서 북한과 미국이 같은 입장을 보인 셈이다.
반면 북한은 지난해 5월 26일 "내일 만납시다"는 김 위원장의 제의로 판문점 통일각에서 약식 정상회담을 진행했는데, 남과 북은 모두 이를 정상회담으로 평가했다.
미국이나 북한이나 지난달 30일 판문점 회동을 '정상회담'으로 규정하지 않는 데는 양측의 정치적 계산이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 정상이 회담을 방불케 할 정도로 1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눴지만 갑작스러운 만남이었던 데다, ‘국내 활용’의 목적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전직 정부 고위당국자는 “정상회담은 양측이 사전에 실무협의를 통해 의제를 정하는 만큼 정상회담에서 나온 정상들의 언급은 책임과 무게가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엔 회담이 아닌 만남으로 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보여줬던 대북 발언과 행동에서 책임질 일이 덜하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도 미국 대통령을 처음으로 북한 땅 안에 불러들인 '위대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하며 내부적으로 얻어낸 게 많은 만큼 굳이 남한 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고 부각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전현준 한반도평화포럼 부이사장은 “북한은 판문점 접촉을 ‘미국 대통령이 굽히고 들어왔다’는 식으로 내부적으로 선전해 하노이 회담 결렬에 따른 김정은 위원장의 무오류성에 만들어진 상처를 극복하는 데 주력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대화 내용에 구속되지 않으면서도 북한을 통제해 미국을 안전하게 만들고 있다고 강조하려는 차원에서 회담이 아닌 만남으로 평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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