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소아소화기영양과 김승 교수
김승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소아소화기영양과 교수 |
여름철에는 복통·설사 등의 증상을 보이는 아이가 많이 늘어난다. 근데 단순한 장염·배탈이 아니라 드문 확률로 염증성 장 질환인 경우도 있어 상태를 잘 살펴야 한다. 복통·설사는 매우 흔한 증상이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1~2개월 이상 오래 지속하고 혈변, 발열, 피로감, 체중 감소 등이 동반된다면 염증성 장 질환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병원을 찾아 진료 받기를 권한다.
염증성 장 질환은 장에 발생하는 염증과 궤양으로 인해 복통·설사·혈변 등을 보이는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등을 가리킨다.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데 전체 염증성 장 질환자의 약 15%, 특히 크론병은 약 25%의 환자가 18세 이하 소아·청소년일 정도로 어린 환자 비율이 높고 증가하는 추세다.
소아·청소년기의 염증성 장 질환 치료에는 성인과는 조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사춘기 이전에 발병한 환자의 15~30%에서 성장 장애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 질환에 걸릴 경우 일단 음식을 먹으면 복통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아 아이들이 잘 안 먹으려고 해서 만성적인 영양 결핍이 오기 쉽다. 장에 발생한 염증으로 인한 영양 소실도 커진다. 따라서 약물치료로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과 함께 영양 평가를 통해 성장에 필요한 충분하고 균형 잡힌 영양을 공급하는 데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소아·청소년기 염증성 장 질환 치료에는 항생제·면역조절제·스테로이드제 등이 사용되는데, 이 중 스테로이드는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가급적 꼭 필요할 때만 소량으로 단기간 사용해야 한다. 최근에는 질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원인 물질을 차단하는 항TNF 제제 등 생물학적 제제도 많이 쓰인다. 염증을 줄이고 점막을 치유하는 데 좋은 효과를 보인다.
성인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아이들은 더욱 질환을 빨리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크론병 환자의 성장과 관련한 연구에서 소아·청소년이 조기에 치료하면 키 성장을 회복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아이들이 설사가 잦고 복통을 호소해도 신경성이나 꾀병으로 가볍게 생각하다가 자칫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면 아이가 정상적인 성장을 하지 못해 평생 지속하는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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