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정계선)는 이날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 전 차관 사건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 김 전 차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은 검찰과 피고인 측의 입장을 듣고 향후 재판 계획 등을 정리하는 절차로 피고인이 직접 법정에 나올 의무는 없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김학의 속옷 사진'이 핵심 증거 되나
이날은 강은봉 변호사(법무법인 재현) 등 변호인단만 출석해 “공소사실을 부인한다”고 밝혔다. 첫 재판에 앞서 변호인단은 검찰이 성접대 일시와 장소 등을 제대로 특정하지 않는 등 사실관계가 실제와 다르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냈다.
김 전 차관 측은 이른바 ‘김학의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이 아니라는 주장도 의견서에서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피고인이 동영상이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라며 이를 반박할 증거로 김 전 차관의 자택 압수수색 당시 발견된 그의 속옷 사진을 언급했다. 검찰 측은 “영상에 나오는 속옷과 부합하는 형태와 무늬를 가진 속옷들을 촬영한 사진이 있다”며 재판 과정에서 이를 검증하도록 재판부에 요청했다.
━
영상 진본 문제, 공소시효 문제도 쟁점
김 전 차관 측은 해당 영상이 원본이 아닌 ‘복제본’이라는 점도 문제삼았다. 재판부는 “변호인단이 의견서에서 검찰이 제출한 영상 시디가 사본인데 원본이 존재하지 않아 (원본과의) 동일성과 무결성을 확인할 수 없어 증거를 기각해달라고 주장했다”며 추후 검찰에 이 부분에 대한 의견를 재판부에 내 달라고 했다. 디지털 증거는 조작이 쉬워 원본과 사본이 같다는 ‘동일성’과 증거가 훼손되지 않았다는 ‘무결성’이 입증되어야 증거로 쓰일 수 있다.
이밖에 뇌물 혐의 ‘공소시효’ 문제도 지적했다. 김 천 차관은 총 1억 7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중 1억원은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자신에게 원래 받아야 할 돈을 포기하게 만든 혐의(제3자뇌물)로 구성되어 있는데, 검찰이 가장 입증하기 어려운 취약점이다. 이를 제외하면 뇌물 액수가 줄어드는 만큼 시효도 줄어들어 결국 전체 혐의의 공소시효가 넘어선다는 논리다.
━
김학의측 "속옷 세세한 무늬 식별 불가능…동영상 증거 기각해야"
김 전 차관은 2007~2008년 윤중천씨로부터 금품 3000여만원과 1억원의 채무 포기 뇌물을, 2003~2011년 다른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4000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법정에 서는 첫 증인은 윤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사업가 최씨로부터 받은 금품은 추가 액수가 더 있어 수사중이고 또 다른 사람에게 받은 금품 부분도 수사하고 있어 나중에 사건을 병합하려고 한다”며 윤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먼저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재판이 끝난 뒤 김 전 차관 측 변호인단은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주장한, 동영상 속 남성이 입은 속옷과 비슷하다는 김 전 차관의 속옷 사진은 실제로 보면 삼각이냐 사각이냐 하는 형태만 같고 다른 무늬 등은 식별 불가능해 두 속옷이 같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