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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이슈 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

최저임금·고령화, 노동 현안 쌓여있는데…정부는 ‘보완 과제’로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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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3일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등 산적한 노동 관련 현안을 모두 ‘보완할 과제’로 묶어 간략히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인구 고령화 대책으로 정년 연장 발표를 3분기에 내놓겠다 했지만, 정작 연공서열제를 대체할 직무급제 도입은 ‘보완과제’로 분류했다. 2017년부터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노동 현안에 대해서 두루뭉술하게 얼버무린 셈이다.

정부는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확정했다. 법정 시한인 8월 5일을 1개월 앞두고 최저임금위위원회가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2020년도 최저임금에 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 지 경영계는 촉각을 세웠다. 하지만 정부는 최저임금 문제에 대해 ‘보완할 과제’로 간략히 언급하는 데 그쳤다.

조선비즈

6월 25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현재 최저임금위원회는 경영계측 사용자 위원은 불참하고 있고, 근로자위원은 2020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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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20년도)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합리적으로 결정되도록 지원"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에 대해서도 "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다"는 언급만 단 한 줄 들어가있을 뿐이다.

현재 최저임금위원회는 경영계를 대표하는 사용자 위원이 전원 불참하고,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 위원들은 시간당 1만원을 주장하면서 공전하고 있다. 노동계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을 달성하자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경영계는 결정구조 개편이 전혀 언급되지 않는 데 불만을 품고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9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 구조 개편 및 2020년도 최저임금 결정 방향을 16대 과제 중 하나로 주요하게 다룬 것과 대비된다. 당시 홍남기 부총리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및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대책을 주요하게 언급했었다. 이에 대해 한 대기업 노무 담당 임원은 "결국 노동계 눈치만 보겠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조선비즈

3일 정부가 발표한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등 노동 관련 현안은 모두 ‘보완할 과제’로 묶였다.



주 52시간제 시행과 관련한 사항도 ‘보완 과제’로 묶여있다. 내년 1월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는 종사자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 "면밀한 점검을 토대로 대비 방안"을 마련하고, 노선버스 등 특례제외 업종에 대해서는 "업종, 직무별 특성을 감안하여 현장 안착을 지원한다"는 언급이 전부다. 사실상 땜질식 대책으로 일관하겠다는 것이다.

노동 및 복지 현안 가운데 하나인 정년 연장에 대해서도 명확한 정책이나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달 "정부 내에서 정년 연장 문제를 집중 논의하고 있으며, 논의가 마무리되면 정부 입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런데 이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는 "기업이 정년이 지난 근로자를 재고용할 경우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를 설계하겠다"고 밝힌 게 전부다.

게다가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급격히 오르는 연공서열제 대신 담당 업무와 숙련도에 따라 임금을 주는 직무급제 도입는 보완과제로 넘겼다. "노사협의를 거쳐 직부 중심의 보수 체계를 도입한 공공기관에 대해서 경영상 인센티브를 확대한다"는 원론적인 언급 뿐이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 대책은 뚜렷한 게 없다. ‘관제(官制)’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제로페이 사용 확대, '우리동네 맛집 알리기', 신사업 창업사관학교 확대 등 지엽적 대책 위주다.

세종=조귀동 기자(ca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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