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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이슈 수돗물 유충 사태

[단독] 붉은 수돗물로 시름 중인데…‘공로 연수’ 떠나려는 공무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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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수돗물 사태 규명 등을 촉구하는 시민 집회.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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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한 수돗물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일대에서 민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관할 남부수도사업소의 간부들이 곧 ‘공로 연수’를 떠난다. 문래동 수돗물은 서울 남부수도사업소가 관리한다. 이곳은 지난 20일 이후 붉은 수돗물로 비상이 걸렸다.

26일 국회 행전안전위원회가 서울시로부터 받은 ‘남부수도사업소 공로연수 현황‘에 따르면 이 사업소 관계자 5명은 다음주(7월 1일) 공로 연수를 간다. 대상자는 수도사업소 소장(4급)을 비롯해 시설관리과장, 행정지원과장, 요금과장 등이다. 기간은 소장이 1년, 과장들(5급)은 6개월로 잡았다. 급수운영과 주무관은 이미 공로 연수 중이다. 공로연수는 정년퇴직 6개월~1년 전 사회적응 기간을 주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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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춘 인천시장이 지난 17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에서 열린 '붉은 수돗물 피해 관련 조치·경과보고 기자회견'에서 피해 주민들에게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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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수도사업소는 내년에도 10명이 공로 연수를 간다. 2020년 1~6월까지 3명이 가는데 이 중엔 급수운영과장도 포함됐다. 올해와 내년 초 사이에 수도사업소의 소장은 물론 간부급인 5명의 과장 중 4명(80%)이 연수를 가는 셈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연수로 자리가 비면 인사를 통해 그 자리를 채우게 된다. 업무 공백은 없다”고 설명했다. 남부수도사업소 관계자도 “퇴직 전 공로 연수는 이미 오래전에 계획한 사안”이라며 “소장의 경우 인수·인계가 이뤄져 신임 소장이 적극 대처를 하고 있고 공로 연수가 예정된 다른 분들도 가기 직전까진 업무에 적극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붉은 수돗물 문제가 불거진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의 경우 5급 이상 전체 간부 30명 중 14명이 공로 연수와 명예퇴직 등으로 이달 말 자리를 비울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파문으로 7월 1일 자로 공로 연수를 가려던 계획을 연기했다. 사태 수습을 위해 한 달 가량 더 일한 뒤 떠나겠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파문에 대응하는 공직 사회의 모습에 주목한다. 익명을 원한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법으로 정해진 공로연수를 가지 말라는 게 아니라 지역민에 중차대한 어려움이 있는 만큼 이를 해결한 후 가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국회를 보이콧 중인 한국당은 수돗물 사태에 대해선 행정안전위와 환경노동위를 열어 실체를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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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 ‘붉은 수돗물’ 발생... 아리수 공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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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일각에선 박원순 서울시장의 책임론을 제기하려는 기류도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한국당 관계자는 “수돗물 대응에 대해 수도사업소가 질타를 받는 이유 중엔 인사 난맥상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총책임은 박원순 시장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1일 문래동을 긴급 방문했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진상을 파악해서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 우리의 잘못이 있다면 그것조차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철저한 조치를 당부했다.

◇공로연수란=정년퇴직 예정자들에게 주는 제도로 1993년부터 시작됐다. 연수 개념으로 도입됐지만 집에서 쉬거나 여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 공로연수 기간에도 특수업무수당과 위험근무수당 등을 제외한 보수가 지급된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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