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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고은경의 반려배려] 지진 잦은 일본의 동물 재해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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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지난 4월 강원 고성군에서 발생한 산불로 많은 농장둥물과 반려동물이 부상을 당하거나 목숨을 잃었다. 사진은 화재가 번진 속초시 장천마을 축사에서 어미소가 송아지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고성=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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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전 9시 10분을 조금 넘긴 시각. 갑자기 건물이 5초간 좌우로 흔들렸다. 순간 건물이 무너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스쳤다. 방송에선 도쿄에서 가까운 이즈 지방을 진원으로 하는 규모 5.5의 지진이 발생했고 그 여파로 기자가 거주하는 지요다구에선 상대적으로 강한 진도 4가 감지됐다는 내용이 나왔다. 말로만 듣던 지진을 실제 경험하니 지진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동시에 구청에서 알려 준 ‘재해 시 동물을 위해 준비해야 할 목록’도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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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즈오카현에서 재해 발생시를 가정해 소년이 반려견과 대피 훈련을 하는 모습. 아사히 시포 캡처


지진 발생이 잦아서 일까. 일본 지방자치단체는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반려인에게 반려동물 재해 대책을 유난히 강조한다. 앞서 일본 환경성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이후 반려동물 재해 대책을 만들었다. 하지만 만든 것에 그치지 않고 지자체나 동물단체는 평소에도 재해대책을 인지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알리고 있다.

지난 4월말 반려견 ‘꿀꿀이’ 등록을 위해 지요다구청에 갔을 당시 담당자로부터 번호가 적힌 목걸이와 함께 ‘반려견과 함께 행복하게 살기’라는 책자를 받았다. 도쿄에는 워낙 노인 인구가 많다 보니 70세 이상이면 5㎏이하, 60세 이상이면 10㎏이하의 개를 키우라고 권하는 내용을 시작으로 개의 건강과 사회화, 산책 시 매너 등이 담겨 있다.

이와 함께 눈에 띈 부분은 큰 지진이 발생했을 때 대처법이다. 원칙적으로 사람과 동물이 함께 대피소에 들어갈 수 있으니 함께 대피하라고 권한다. 리드 줄과 목걸이를 챙기고, 소형견의 경우 이동가방에 넣어 이동하라는 조언도 담겨 있다. 또 대해대책 준비 리스트에는 광견병 등 예방주사 기록을 비롯해 최소 5일치의 음식과 물, 약, 비닐, 칫솔, 평소 사용하는 장난감, 동물을 찍은 사진, 털 관리를 위한 테이프, 수건까지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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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지요다구청이 반려인에게 나눠주는 '개와 행복하게 살기' 가이드북. 고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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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에는 도쿄 미나토구에서 개최한 ‘도심에서 반려견과 멋쟁이로 살기’라는 세미나를 다녀왔다. 반려견을 키우는 가족을 대상으로 행동전문가를 초청해 여는 행사였는데. 여기서도 역시 강조한 것은 재해 대책이었다. ‘항상 함께 있고 싶으니까, 펫 동물의 재해 대책’이라는 팜플렛을 따로 배포했다. 평소에도 재해 발생시를 가정해 가족들 간 비상 연락 방법이나 동물 대피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물론 대피소 위치, 대피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한 평소 반려동물 교육의 중요성, 위급상황 시 가족임을 보다 쉽게 입증할 사진 등 자세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를 보고 실제 꿀꿀이의 약과 밥을 조금 더 챙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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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도쿄 미나토구 보건소에서 동물행동전문가가 반려인을 대상으로 ‘도심에서 반려견과 멋쟁이로 살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고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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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지난 4월 강원 고성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반려동물과 농장동물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하면서 동물 재해대책 마련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지금 보다 자세한 내용의 동물 재해 대처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 또 평소 반려동물이나 농장동물을 키우는 이들에게 이를 적극적으로 알린다면 위기 시 더 많은 동물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도쿄=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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