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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약점을 강점으로"…국민은행 홍콩지점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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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홍콩=변휘 기자] [2019 금융강국코리아-KB국민은행①]IB삼각편대 '맏형' 홍콩지점, 2년만에 '폭풍성장'

KB국민은행은 2017년 1월 홍콩 현지법인을 지점으로 전환했다. ‘주재원→사무소→지점→법인’으로 덩치를 키워가는 기존의 해외진출 공식을 뒤집은 것이다. 글로벌 금융중심지마다 본점이 뒷받침하는 CIB(기업투자금융) 거점을 마련한다는 구상의 첫 번째 사례였다.

역발상은 2년 만에 성공 방정식으로 바뀌었다. 홍콩지점의 자산은 법인 형태였던 2016년 말의 두 배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네 배에 가까워졌다. 법인 청산 과정의 회계처리 효과가 있지만 더 가벼워진 몸집으로 기민한 영업에 나선 성과가 더해졌다. KB금융그룹의 아시아 금융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서 가능성을 확인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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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중심지 홍콩에서 KB의 ‘IB 부흥’ 이끈다=국민은행 홍콩지점은 1995년 설치됐다. 과거 중화권 현지의 한국계 기업 대상의 수출입금융, 교민 대상 상업은행 역할 등을 주로 영위해 왔다. IB(투자금융) 업무가 본격화된 것은 2010년 이후 본부의 투자금융 전문 인력들이 대거 파견되면서부터다. 특히 2017년 법인의 지점 전환 후로 지점장이 업무를 총괄하는 동시에 CB(기업금융) 유닛과 IB 유닛을 분리해 점포장급인 IB유닛장이 투자금융 업무를 전담하도록 했다.

이 같은 형태의 홍콩지점 재편은 2014년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취임한 후 글로벌 사업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구체화됐다. 이른바 ‘유니버설뱅킹’ 전략이다. 수출입금융·기업대출·송금 등 고유 업무는 물론 금융주선·채권발행·인수금융·구조화금융·인수합병(M&A) 등 IB 업무가 모두 가능한 글로벌 거점 점포로 육성하는 게 핵심이다.

문인성 국민은행 홍콩지점장은 “국민은행이 국내에선 리딩뱅크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경쟁사보다 네트워크 등에서 취약한 게 사실”이라며 “기존의 해외 진출 방식을 고집하기보다는 국민은행만의 CIB 역량을 극대화해 빨리 ‘KB’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법인을 지점으로 전환하면 CIB 사업 확대가 유리하다. 국민은행 본점의 대규모 자기자본을 등에 업을 수 있고 조달 측면에서 본사의 신용등급을 활용해 차입할 수 있다. 2015년 1월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를 통해 주재국 면허 취득 시 법인을 지점으로 전환해도 유가증권 등의 업무를 계속 영위할 수 있게 한 것도 기폭제가 됐다. 국민은행 홍콩법인의 지점 전환은 국내 금융권에서 이러한 규제 완화 뒤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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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문인성 홍콩지점장(왼쪽)과 이동락 홍콩IB 유닛장/사진=변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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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자산 두배, 순익 네배로=국민은행 홍콩지점의 실적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지점 전환 직전인 2016년 말 7억6600만달러(USD, 약 9259억원)였던 자산은 작년 말 15억9500만달러(1조7835억원)로 만 2년 동안 92.6% 늘었다. 순익은 2016년 말 490만달러(56억4000만원)에서 작년 말 1930만달러(212억5000만원)으로 급증했다. 증가한 순이익 일부는 지난해 10월 청산절차가 완료된 홍콩법인의 외화재산 처분에 따른 것이지만 이를 제외한 영업활동에 따른 이익 비중도 상당하다.

홍콩지점의 성장세를 견인하는 것은 국민은행 IB유닛이다. 홍콩 IB유닛은 지점의 한 축인 동시에 호주·중동을 포함해 아시아·태평양 전 지역을 통할하는 국민은행 IB사업본부의 해외거점이다. 랜드마크 성격의 글로벌 금융거래 딜 소싱(Deal Sourcing, 투자처 발굴), 서울의 IB본부와 KB금융그룹 계열사의 공동 거래를 이끌어내 그룹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역할도 한다.

이동락 IB유닛장은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심정으로 IB 자산을 확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성은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안정성이 높다면 다양한 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KB의 브랜드를 홍콩 금융시장에 알리고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주목할만한 플레이어로 성장하겠다는 의도다.

성과도 따르고 있다. 지난해 4월 호주 최대 풍력발전사업자인 ‘인피전 에너지 그룹(INFIGEN ENERGY GROUP)’에 대한 총 모집규모 6억500만호주달러(AUD, 한화 약 4900억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을 글로벌 IB 골드만삭스와 함께 공동 금융주간사 역할을 수행했다. 이 거래에 대해 작년 12월 KB자산운용·KB증권·KB생명을 추가로 참여시켜 그룹의 해외자산과 영업기반 확대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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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IB 3대거점’에 전폭적 지원=국민은행은 홍콩지점의 IB유닛에 이어 지난 3월 영국 런던, 지난달 뉴욕까지 IB유닛 설치를 완료했다. 국내 CIB 시장은 포화 상태에 다다른 만큼 다양한 우량 딜을 발굴해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장기적으로는 M&A 주선 업무 등으로까지 범위를 넓혀 글로벌 금융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IB 삼각편대’의 맏형인 홍콩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IB본부 차원에서 ‘국외 IB자산 30억달러’를 목표로 잡은 가운데 가장 먼저 IB유닛 형태를 갖춘 홍콩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유닛장은 “내년 초까지 홍콩 IB유닛만의 자산을 10억달러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게 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어느 정도의 자산 규모를 갖춰야 그에 걸맞는 조직·인력을 갖출 수 있고 향후 성장에도 긍정적일 것이라는 계산이다.

본점의 지원도 전폭적이다. 올 상반기에는 홍콩지점에 여신심사 전문인력을 추가로 파견했다. 문 지점장은 “단일 해외지점에 심사 인력을 증원해 준 것은 흔치 않은 일로 그만큼 은행 경영진을 중심으로 글로벌 역량을 키우기 위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라며 “본부의 기대에 걸맞는 성과를 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변휘 기자 h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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