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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위기, 돌파구는?…‘최고의 저널리즘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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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가디언, 미국 뉴욕타임스…‘최고의 저널리즘’ 토대로 구독 모델 성공 거둬

디지털 시대 뉴스룸, ‘기자·엔지니어·디자이너’ 협업은 선택 아닌 필수

동아일보

2일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 2019’에서 줄리엣 라보리 가디언 디지털 구독수익 국장이 전 세계에 분포돼 있는 후원자 비율을 제시하며 ‘후원모델’의 성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글래스고=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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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년 뒤면 창간 200주년을 맞게 된다. 1821년부터 5만 호 넘게 발간해 온 세계적인 신문이지만 최근 수백억 원의 적자를 보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00년대부터 온라인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인쇄매체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었던 영향이 누적된 탓이었다.

2015년 가디언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편집국장으로 임명된 캐서린 바이너는 “가디언을 가장 야심 찬 언론, 아이디어와 이벤트의 발상지로 만들겠다”며 변화와 개혁을 추진했다. 이들의 혁신은 당장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올해 5월에서야 가디언은 2018년도 매출 2억2300만 파운드(약 3278억1000만 원), 영업이익 80만 파운드(11억7600만 원)를 나타내며 20년 만에 흑자를 봤다. 전 세계에 퍼져있는 100만 명의 후원자를 바탕으로 독자들로부터 나오는 수익이 광고 수익을 넘어섰다. 불과 3년 만에 가디언이 이뤄낸 극적인 변화는 언론업계에서 화제가 되기 충분했다.

가디언의 성공은 1일부터 사흘간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세계신문협회(WAN-IFRA) 주최로 열린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World News Media Congress) 2019’에서도 화제가 됐다. 이번 총회에는 전 세계 70개국 800여 명의 언론인이 참석한 가운데 동아일보를 비롯한 국내 7개 언론사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총회 전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가디언은 디지털 콘텐츠 무료 서비스를 유지하면서도 ‘후원 모델’이라는 방식으로 성공을 거둔 비결을 설명했다. 2일 발표자로 나선 줄리엣 라보리 가디언 디지털 구독수익 국장은 “영국 내 브렉시트 이슈 등으로 글로벌 독자층이 급증한 것도 한몫했지만 지난 수년 동안 독자들에게 가디언의 가치와 목적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하고, 독자와 깊은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디언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고품질 콘텐츠(기사)를 모두에게 개방했고, 이를 전제로 구독 모델을 고민해왔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이제 2022년까지 200만 명의 후원자를 모집하겠다는 야심찬 목표까지 제시했다.

해외 미디어 환경과 비교할 때 여전히 국내 언론사들은 ‘후원 모델’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가디언이 자신 있게 독자들에게 후원을 요청할 수 있었던 기반이 된 ‘고품질 저널리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이클 골든 세계신문협회장은 세계뉴스미디어총회 개회사에서 “디지털 구독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중요 수익원이 되고 있다. 독자들이 원하는 저널리즘을 플랫폼에서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사가 ‘최고의 상품(콘텐츠)’을 토대로 디지털 독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가디언은 2일 글래스고 켈빈그로브 미술관에서 열린 ‘디지털 미디어 어워드(World Digital Media Awards)’에서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최우수 뉴스 웹사이트 및 모바일 서비스’를 비롯해 ‘최우수 데이터 시각화’, ‘최우수 독자 수익 이니셔티브’ 등 10개 분야 중 3개를 휩쓸었다. 이미 독자들이 원하는 어떤 플랫폼이든 최고의 상품을 내놓을 준비를 마쳤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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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톰프슨 뉴욕타임스 최고경영자(CEO·오른쪽)가 총회 대담에 나서 뉴욕타임스가 추구하는 ‘최고의 저널리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글래스고=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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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구독자를 2025년까지 1000만 명을 확보하겠다는 뉴욕타임스 역시 ‘고품질 저널리즘’을 지향하고 있다. 2일 총회 대담에 나선 뉴욕타임스 마크 톰프슨 최고경영자(CEO)는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 꾸준히 혁신해야 한다. 하지만 결국 핵심은 최고의 저널리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그는 “우리가 최고의 제품(기사)을 선보이면 독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게 된다. 이 돈은 다시 뉴스룸에 투자해 최고의 저널리스트를 모으는 데 쓰인다”고 말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요리나 육아 콘텐츠까지 선보이며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스트레이트 기사, 칼럼과 같은 뉴욕타임스의 전통적인 저널리즘 제품이 없다면 독자층을 무턱대고 늘리더라도 의미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독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최고의 상품은 더 이상 기자들의 취재만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는 점도 이번 총회에서 언급된 주요 내용 중 하나였다. 뉴욕타임스는 이미 디지털전문가, 그래픽 디자이너, 비디오그래퍼 등 젊은 세대 직원을 과감하게 채용해 왔다. 그 결과 22~37세의 밀레니얼 세대는 전체 뉴욕타임스 직원의 20%대에 불과했지만 최근은 절반에 육박하는 49%까지로 늘어났다.

뉴욕타임스와 함께 미국 내 최고 언론사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워싱턴포스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총회 연사로 나선 그렉 바버 워싱턴포스트 뉴스룸 제품 국장은 “더 이상 콘텐츠는 기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하나의 콘텐츠를 위해 엔지니어와 그래픽 디자이너, 아티스트가 함께 협업해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획 단계부터 엔지니어, 디자이너들이 참여해 온라인에 최적화 된 콘텐츠 기획을 바탕으로 기사를 생산하는 방식은 더 이상 낯선 실험이 아니라 일상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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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렉 바버 워싱턴포스트 뉴스룸 제품 국장이 2일 총회에서 ‘워싱턴포스트의 혁신’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글래스고=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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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이 끝난 뒤 그를 만나 협업 과정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기자 중심의 조직인 언론사가 전혀 다른 직종의 인력들과 어떻게 함께 일하고 기사를 기획할 수 있는 지 궁금했다. 그는 “성과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중요하다. 워싱턴포스트에는 기자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는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 아마존이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하면서 생긴 변화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최고의 기사를 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조직 문화가 바뀌었다는 설명이었다.

“독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최고의 기사를 전달해야 한다.” 이번 총회에서 언급된 해외 미디어 기업들의 성공 사례들은 이 명제 한 줄을 토대로 완성됐다.

글래스고=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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