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 |
내집마련을 어느 곳에 해야할까요? 부동산에 묻어둔다면 안전한 곳은 어디일까요? 전세 끼고 한 채 사놓는다면 어디가 좋을까요?
이 물음에 대해 십중팔구는 ‘인서울’이라고 답할 것이다. 서울을 벗어나는 순간 다시는 서울로 돌아오지 못한다고 부동산에 관심 있는 대다수가 과거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하지만 서울 집값은 지난 5차례에 걸쳐 급등했고 이제는 투자하기에 정말 만만치 않은 돈이 필요하게 됐다. 불과 2년 전인 2017년 이맘쯤에는 2억~3억원이면 전세 끼고 살 수 있었던 강남아파트가 지금은 10억원에 가깝다. 전세가는 큰 변동이 없었지만 매매가가 미친 듯이 올랐기 때문이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서울 아파트를 영혼까지 끌어다가 살 것인지 아니면 적당히 타협해서 돈에 맞춰 외곽지역으로 나가는 게 좋을지 판단이 어렵다.
▶인서울이 정답일까?
1990년대에 서울의 서부지역에 살다가 당시에 입주하던 일산신도시 아파트를 사서 이사 갔던 분들은 아직도 일산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1990년대나 2000년대 초에 걸쳐 강남권에 살다가 새 아파트를 찾아 분당이나 용인 수지로 이사 갔던 강남 거주자들은 다시 강남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차이가 너무 커져버린 탓이다.
1998년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던 서울 강남과 강북지역의 집값은 시간이 갈수록 벌어져 이제는 강북에서 강남으로 이사 가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우리는 어떤 지역을 거주지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바뀌는 세상에 살고 있다. 지역별 양극화와 차별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서울에 집을 마련할 돈이 부족한 실수요층은 어떤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그나마 조금이라도 더 유리할까?
▶첨단 고소득 일자리가 늘어나는 경기 남부지역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3년간 180조원 투자, 4만 명 고용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3월 2030년까지 비메모리 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투자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투자와 고용을 늘릴 지역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현재의 삼성전자가 위치한 수원 용인 화성 평택을 잇는 라인과 멀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또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448만㎡(약 135만 평) 부지에 2022년부터 10년간 120조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한국의 경제를 이끌고 있는 두 거대 기업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고 있는 지역은 경기 남부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강남과 강북의 격차가 벌어진 것이 고소득 일자리의 창출에서 비롯되었듯이 미래의 고소득 일자리가 배후 주거지의 격차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09년 기업 입주가 시작된 판교 제1테크노밸리는 많은 우려 속에 사업이 진행되었지만 지금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고 판교와 분당신도시를 자족도시로 만들어 놓았다. 여기에 판교 제2테크노밸리가 영국 테크시티 같은 혁신적인 창업공간으로 조성된다. 아울러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자생적인 창업생태계 구축이 가능한 지역으로도 탈바꿈한다. 뿐만 아니라 판교 제3테크노밸리도 올해 착공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첨단산업·연구·벤처시설 등이 복합된 산업클러스터로 구축되는 동탄테크노밸리는 작년부터 기업 입주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양재-판교-동탄을 잇는 테크노밸리 라인은 삼성-성남-용인-동탄을 연결하는 GTX-A노선의 연결로 더불어 한국의 명실상부한 4차 산업혁명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올 하반기부터 입주물량 감소
경기 남부권에 대단위 입주가 예정된 가운데 올 상반기에 해당 지역의 집값 하락이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 작년부터 나왔었다. 하지만 올 4사분기 이후부터는 아파트 입주물량이 급감한다. 서울과 경기도 동서북부 지역의 입주물량이 2020년까지 유지되는 데 비해 경기 남부지역은 크게 감소하는 것이다.
작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입주하는 경기 남부의 지역별 입주물량은 매우 크게 증가한 후 올 10월 이후부터 크게 감소한다. 동탄2신도시가 포함된 화성시는 올 9월까지 4만1633세대가 입주하지만 10월 이후 2년 6개월간 1만954세대로 급감한다.
수원 영통구는 1만788세대에서 2681세대로 감소하고 용인 수지구는 8011세대에서 2901세대로, 용인 기흥구는 8929세대에서 3462세대로 각각 줄어든다. 경기 남부 이외의 지역이 큰 변동 없이 진행되는 것과 큰 대비를 이루고 있다.
입주물량이 크게 늘어났던 경기 남부지역의 입주물량으로 인해 전세가격이 소폭 하락했지만 내년부터는 입주물량 부족으로 인한 높은 전세가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2018년 46만 가구를 넘었던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올해 36만 가구, 내년 27만 가구로 급격히 감소한다. 특히 가장 큰 변동을 보이는 지역은 경기권 입주량으로 2018년 최대 입주량을 기록한 후 내년부터는 급격한 감소세를 나타낸다. 2016~2017년 사이에 정비사업 인허가 물량이 급증했으므로 이주물량이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는 점도 이주 수요에 의한 전세가 불안 요소가 될 전망이다.
▶속속 들어서는 편의시설과 인프라
판교-수지-광교-동탄으로 이어지는 경기 남부라인으로 백화점과 쇼핑몰의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판교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이어 올 8월에 개장 예정인 롯데몰 성복점, 내년 1월에 개장하는 갤러리아 광교점은 강남-판교-광교를 잇는 신분당선 라인의 3대 편의시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탄신도시에 건설 중인 롯데백화점 동탄점과 현대시티몰 현대아울렛은 동탄신도시의 부족한 편의시설을 갖추게 된다. 그밖에 용인 기흥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케아 기흥 등 수도권의 편의시설 확충 면에서도 경기 남부지역은 가장 우위에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더욱 강해지는 경기지역 집값
지난 2001년부터 시작된 아파트값 상승세는 2008년에 와서야 진정된다. 상승장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2001~2003년의 상승률은 서울을 중심으로 나타났지만 상승장의 후반부에는 용인 고양 등 외곽지역의 상승세가 높았던 것을 볼 수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은 수요 억제에 치중하지만 결국 공급 감소로 이어지면서 외곽지역의 집값을 끌어 올렸다.
이번 정부에서는 과거보다 더욱 강한 규제책을 내놓고 있어 내년 이후에는 외곽지역 특히 경기 남부권의 전세가 및 매매가 상승세가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6호 (2019년 7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