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글로벌 유통업체의 '무덤'이 되고 있다. 글로벌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뛰어들었지만, 수익 악화로 '차이나 엑소더스(대탈출)'에 나서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역별로 소비자 기호가 천차만별이고, 쇼핑 스타일도 다른 중국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것"이라며 "중국 토종 유통업체들이 첨단 기술로 무장하면서 외국 유통업체들은 더 버거운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중국에서 발 빼는 글로벌 유통업체
글로벌 유통업체의 중국 철수는 까르푸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7월 중순부터 중국에서 온라인 사이트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국 등 글로벌 무대에서 승승장구하던 아마존의 콧대가 중국에서 꺾인 것이다. 지난해에도 미국 거대 백화점 체인 중 하나인 메이시스, 영국의 패스트패션(SPA) 유통업체인 뉴룩도 중국 사업을 접었다.
한국 유통업체들도 중국에서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최대 대형 마트인 이마트는 2017년 12월 중국 매장 영업권을 현지 업체에 매각하며 완전 철수했다. 롯데그룹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사태' 영향까지 겹쳐 사실상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절차를 밟는 중이다.
글로벌 유통 강자들이 유독 중국에서 고전하는 것은 현지 업체와 벌인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2004년 중국 현지 전자상거래 업체 '조요'를 7500만달러(약 900억원)에 인수하며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2011년 중국 전용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 차이나'를 출시했다. 그러나 중국 1·2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의 벽을 넘지 못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아마존의 시장점유율은 약 6%로 알리바바(약 47%), 징둥닷컴(약 20%)과 경쟁이 되지 못했다.
글로벌 유통업체들은 중국 시장의 특수성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지역별로 선호하는 음식이나 옷차림 등이 다르다. 또 보통 1주일치 식재료를 한 번에 사는 외국과 달리, 중국은 하루치 음식만 사는 경우가 많다. 대량 매입과 대량 판매 시스템에 익숙한 외국 유통업체들이 중국 소비자 기호를 맞추기 쉽지 않은 것이다. 중국경영연구소 박승찬 소장은 "글로벌 유통업체들은 중국 소비자들도 결국 외국과 같은 소비 패턴으로 변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더구나 중국 유통업체들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외국 기업을 오히려 압도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지 업체와 협업… 초저가 앞세워 공략나서
그렇다고 글로벌 유통업체들이 세계 최대인 중국 시장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CNBC는 "중국의 올해 소매 판매 총액이 5조6000억달러로 미국(5조5000억달러)을 능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에서 선전하는 글로벌 유통업체들은 현지 업체와 협업하는 데 매달리고 있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는 2016년 중국에서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접는 대신, 지난해 전자상거래 업체 JD닷컴과 손잡고 식품 배달 사업을 시작했다. 월마트의 지난해 중국 매출은 전년 대비 8% 성장했고, 올해도 추가 출점을 추진 중이다.
새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글로벌 업체들은 가격 경쟁을 앞세우기도 한다. 독일의 초저가 수퍼마켓 알디는 이달 초 상하이에 중국 1호점을 열었다. 알디 매장 앞에는 새벽 5시부터 사람들이 몰렸다. 알디는 초저가의 PB(자체 브랜드) 상품을 주로 판매하며, 규모도 대형 마트보다 작다. 박승찬 소장은 "골목 상권에 강한 '알디' 같은 기업은 오히려 대형 유통 채널보다 중국 소비자의 입맛에 더 잘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훈 기자(inou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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