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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트럼프가 對이란 전쟁을 꺼리는 이유…유가 급등시 재선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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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발발 가능성? '글쎄'…유가 급등시 재선 직격탄

G20 정상회의 앞두고 비판 의식해 속도 조절 가능성

도발 수위 높이는 이란…폼페이오 美국무 방문 맞춰 테러

이데일리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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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란이 미국 무인정찰기(드론)를 격추시킨 뒤 중동 지역 내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미국이 보복 공격을 자제하며 한 발 물러선 뒤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하는 등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중대한 제재를 가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또 “군사 옵션이 여전히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며 전쟁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내년 재선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쉽게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그는 23일 방영된 NBC와의 인터뷰에서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쟁 발발 가능성?…유가 급등시 재선 직격탄

뉴욕타임스는 23일 전·현직 행정부 관료들을 인용해 “미국이 중동에서 전면적인 재래식 전쟁을 피하면서도 이란을 저지하는 데 도움이 될 새로운 옵션을 개발하기 위한 비밀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새로운 옵션에는 지난 20일 미군 사이버 사령부가 이란 정보 단체에 가한 사이버 공격이나 이란이 배후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지난 13일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피격 등과 ‘그림자 전쟁(the shadow war)’도 포함된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그림자 전쟁은 자국의 개입을 숨긴 채 특정 국가의 시설, 인물 등을 공격하는 것을 뜻한다. 이미 미국 정보기관과 군은 관련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이란의 미국 드론 추격 이후 즉각 보복을 지시했다가 작전 개시 10분 전에 명령을 철회했다. “150명의 사망자가 나올 것이란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라는 게 공식적인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재선을 위한 치밀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군사 충돌이 일어날 경우 유가가 급등하고 내년 재선에 악재가 될 수 있어서다. 미국은 원유 소비 세계 1위 국가로 유권자들에게 휘발유 가격은 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70달러 전후에서 거래될 때마다 인터뷰나 트위터를 통해 “유가가 높다”고 꼬집었다. 올해 2월에는 55달러를 넘어서자 트위터를 통해 경고장을 날리기도 했다.

우선 유가가 오르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다. 물가가 오르면 소비 여력을 낮추고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상을 유발할 수 있다.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미국 내 유가 소비가 많은 지역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준 러스트벨트(공장지대)·팜벨트(농장지대)와 겹친다. 그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꾸준히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에 꾸준히 증산을 요구해 온 것과도 닿아 있다. 사우디는 미국의 전략적 동맹국이자 사실상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이끄는 맹주 국가다. 증산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꾸준히 강조해온 것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기자들과 만나 “모든 사람이 나더러 ‘전쟁광’이라고 하지만, 이제 그들은 내가 비둘기파라고 한다”며 “나는 상식을 가진 사람일 뿐”라고 말했다.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피력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하지만 외신들은 유가 상승의 직접적 계기를 만든 트럼프 대통령이 증산을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고 비판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이란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하고, 대이란 경제 제재를 전면 부활시킨 이후 유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상 최악의 협상이라고 규정한 핵협정을 이란에 준수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웃지 못할 해프닝”이라고 지적했다.

◇G20 정상회의 앞두고 비판 의식해 속도 조절 가능성

오는 27~29일 전 세계 지도자들이 모이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전쟁 유발자’라는 비판 여론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 핵협정에 동참했던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 등이 지난해 한목소리로 미국의 탈퇴를 반대했다. 만약 이란과의 전쟁이 실제로 발발하면 모든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가될 수 있다. 이란과의 전쟁에 동맹국들의 참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는 전쟁의 비용을 미국이 전적으로 져야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재정악화 우려가 불거질 수 있다. 내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결코 좋은 소식은 아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무역 담판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수위 조절에 나선 이유로 거론된다. 미국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협상을 앞두고 전선을 분산시키는 건 위험한 전략이다. 속도조절을 통해 이란으로 시선이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발 수위 높이는 이란…폼페이오 美국무 방문 맞춰 테러

이란은 미국의 대응과는 별개로 지속적으로 미국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을 위해 활동한 간첩을 처형하고,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중동 방문에 맞춰 사우디 남부 민간 공항을 공격했다. 이 공격으로 1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부상을 당해 긴장감을 높였다.

군사 충돌 가능성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군사 옵션 카드는 여전히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다”고 밝힌 데 이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CNN에 “이란은 미국이 (보복 공격을) 자제한 것을 결단력 부족으로 오해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이란이 미국과 싸우길 원한다면 그것은 공식적으로 이란의 ‘공식적인 종말(official end of Iran)’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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