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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레터] '몸'과 '맘'은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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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한수 Books팀장


마음이 슬프고 괴로울 때 '눈에서 피눈물이 난다' '심장에 못이 박힌 것 같다' '가슴에 멍이 든다'처럼 몸이 아픈 것 같은 표현을 합니다. 미국 나오미 아이젠버거 박사 연구팀이 이런 언어 습관에 착안해 연구를 진행했답니다. 정신적 고통과 신체적 고통이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동일할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했답니다.

연구팀은 정신적 고통과 신체적 고통을 처리하는 두뇌 과정이 놀라울 정도로 동일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뇌에서 신체적 고통을 처리하는 영역이 정신적 고통을 겪을 때에도 똑같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밝혔다네요. 뼈에 금이 갔을 때와 믿었던 친구가 배신했을 때 고통을 처리하는 뇌 영역은 정확히 일치한답니다. 신간 '마음 실험실'(심심)에서 읽었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마음의 고통을 겪을 때 몸의 고통을 완화하는 진통제를 먹으면 마음의 상처도 낫지 않을까요? 이 실험도 했다네요. 정신적 고통이 좀 줄기는 했는데 긍정적 감정이 늘지는 않았다네요. 마음의 고통이 몸의 고통보다 더 강력하다는 뜻일까요? 부러진 뼈는 언젠가 붙지만 마음의 상처는 원래대로 회복하기 어렵답니다.

남의 몸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가 범죄라는 사실에는 모두 수긍합니다. 하지만 마음에 상처를 주는 행위가 문제라는 것에는 무심할 때가 많습니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상처 주는 말 함부로 내뱉기 일쑤입니다.

몸과 마음은 서로 통하네요. 마음에 상처를 주면 몸도 아프고요, 몸에 위해를 가하면 마음도 상처를 입습니다. 우리말 '몸'과 '맘'이 단지 모음만 다르고 '한 끗 차이'인 이유가 여기 있었군요.



[이한수 Books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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