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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김부겸, '신공항 재검토' 총리실 이관에 반발⋯이낙연 총리와 차기 샅바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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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김현미·부울경 단체장 '총리실 이관' 합의에 金, "앞으로 국책사업 어떻게 믿나"
대구 북구을 홍의락 의원도 "어처구니 없는 밀실정치...쪽팔리는 일"
신공항 향방 총리실 손에...이낙연 총리와 김부겸 의원 차기 염두에 둔 샅바싸움 일수도

김부겸·홍의락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구 지역 국회의원들은 21일 국토교통부와 여당 소속 부산·울산·경남 단체장이 '동남권 신공항 재검토' 문제를 국무총리실로 이관키로 합의한 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정권 바뀌었다고 TK(대구·경북) 지역의 합의를 깨나", "(야당 소속) TK 지자체장들에게 논의 기회라도 주었나"라고 했다.

PK 지역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고, 이 지역 의원·단체장 중에는 친문(親文) 주류 인사들이 많다. 이처럼 여권 주류에서 밀어붙이는 동남권 신공항 재검토에 김 의원이 반기를 들면서 여권 내 차기 경쟁의 샅바싸움이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신공항 재검토 문제가 이낙연 총리가 이끄는 총리실로 넘어가면서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군으로 꼽히는 두 사람이 충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현미 국토부장관과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는 전날 회동에서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김해신공항의 적정성 문제를 총리실에서 논의하고 그 결과에 따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역대 정부마다 논란을 거듭하다 전 정부에서 결정한 김해 신공항 확장안을 사실상 백지화하고 '가덕도 신공항'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진 동남권 신공항 재논의가 가시화하자 TK지역에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조선일보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지난 21일 대구 북구 칠성동 대구은행 제2본점에서 열린 DGB금융그룹의 핀테크 랩인 'DGB FIUM LAB(피움랩)' 개소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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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갑이 지역구인 김부겸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김해신공항은 (영남권) 5개 지방자치단체가 합의하고 정부도 동의해 결정된 사안으로, 총리실이 일방적으로 깰 수는 없는 것"이라며 "(부·울·경) 3개 지자체가 합의를 깼다고 해서 나머지 (대구·경북) 2개 지자체가 그냥 따라가야 하느냐"고 했다. 김 의원은 "(기존에 합의된) 이걸 깨서 가덕도 신공항으로 간다는 논리는 성립될 수도 없고, 그렇게 되면 엄청난 갈등, 씻을 수 없는 갈등이 남는다"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책 사업이 이런 식으로 표류하게 되면 앞으로 어떻게 믿고 하겠느냐. 정책·행정 안정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김 의원은 "총리실이 조정하더라도 (대구·경북 포함) 기존 5개 지자체의 입장을 먼저 물어야 한다. 그렇게 일을 진행하고 절차부터 합의해야 할 것"이라며 "(잘못 처리하면) 엄청난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도 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는 '신공항' 문제의 당사자임에도 국토부 장관과 논의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홍의락 의원(대구 북구을)도 페이스북 글에서 "(국토부장관과 부울경 단체장들 합의가) 사실이라면 어처구니 없는 행동"이라며 "이런 것을 밀실정치라고 한다. 형식적 절차도 깔아뭉갠 처사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정말 쪽팔리는 일"이라고 했다.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중인 원외(院外) 인사들 사이에서도 '위기감'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TK 지역에서는 이미 '부산에 뿌리를 둔 정권이 PK(부산·경남)만 챙기고, TK는 홀대한다'는 불만이 많았다"며 "앞으로 분위기가 더 나빠질 게 불 보듯 뻔하다"고 했다.

동남권 신공항 재검증 문제가 총리실로 넘어가면서 최종 결정 과정에서 이낙연 총리의 의중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이 총리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부산을 찾아 "총리실이 동남권 신공항을 검증하라"고 지시했다. 그런 만큼 현 정부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김 의원이 신공항 문제의 총리실 이관 합의에 공개 반발하면서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 중 한명으로 꼽히는 이 총리와 각을 세우게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호남 출신인 이 총리와 TK 출신 김 의원이 동남권 신공항 문제로 일합(一合)을 해야 할 상황이 빚어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여권의 차기 대선구도도 조기에 과열될 수 있다"고 했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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