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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시주석 방북, 핵협상과 한반도 정세 전환점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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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개혁개방 이후 소원해져온 북중관계 최상 수준 복원

'새로운 길' 선택지 늘어…미국과 핵협상서 북한 입지 강화

뉴시스

【서울=뉴시스】북한을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20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영접하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을 게제한 21일자 로동신문 1면. 2019.06.19. (* 위 사진은 재배포, 재판매, DB 및 활용을 금지합니다.)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강영진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박2일 북한 방문은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과 본격적으로 패권경쟁에 착수한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40여년 동안 소원해져온 북중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의 개혁개방이 시작된 1970년대 이후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한국전쟁을 함께 치르고 공산당 1당독재의 폐쇄적인 전체주의 체제를 공유하면서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를 말하던 두 나라였지만 중국의 변화로 공통의 기반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1992년 한중 수교로 북한은 중국에 '배신당하는' 상황에 빠졌다. 순망치한은 북중관계를 중국을 이, 북한을 입술로 묘사하는 표현이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표현은 북한이 무너지면 중국이 힘들어진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한중수교는 입술 역할을 하던 북한에게 중국이 더이상 입술이 필요없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후 북한은 본격적으로 핵개발에 매달렸고 이를 막으려는 국제사회의 압박을 견디며 핵무기를 보유하기에 이르렀다. 여섯차례의 핵실험과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수십차례의 미사일 시험을 거친 북한의 핵능력이 위협적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개발 움직임은 '고난의 행군'과 철저한 경제적 고립,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사상 가장 강력한 경제, 외교적 제재를 초래했다. 군사적으로는 누구도 넘보기 어려운 강국이 된 북한이지만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기 전에는 정상국가로 살아갈 방도를 찾기 어려운 모순적 처지에 빠진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미국과 담판을 시도하고 나섰다. 그러나 담판은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북한 핵능력의 완전한 제거를 목표로 하는 미국 입장과 완전한 체제 보장과 충분한 경제적 보상이 이뤄지기 전에 핵보유국 지위를 포기할 수 없다는 북한 입장 사이에 절충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최근 몇년 사이 북미 핵협상에 상대적으로 방관자적 태도를 보여왔다. 기본적으로 쌍궤병행과 쌍중단이라는 해법을 내세우면서 북미간 핵대결 국면을 자국의 이해관계 관철에 활용하려는 기회주의적 입장이었지만 이를 강력히 추구하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이 문제로 미국과 갈등하는 일을 피하려 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중국을 본격적으로 압박하면서 중국의 입장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중국 견제가 중국이 패권국으로 성장하는 것을 허용치 않겠다는 전략적 입장이라고 판단하는 중국이 최근 더이상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으려 하고 있다. 무역분쟁을 넘어 중국 화웨이사를 고사시키려 하고 대만 문제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서 강경한 대립 자세를 보이는 미국에 최근 강력한 맞대응을 하는 상황이다.

시주석의 북한 방문은 이같은 정세 속에서 이뤄진 것이다. 실제로 시주석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에서 이같은 정세를 반영하는 입장을 적극 개진했다.

핵문제를 미국과 대화를 통해 해결해나가겠다는 김위원장의 발언에 동조하면서도 "중국은 조선(북한)이 자신의 합리적 안보 및 발전에 관한 관심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이 닿은 한 도움을 주겠다"거나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지역의 장기 안정에서 적극적이고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주석의 입장표명은 중국의 관영 CC TV를 통해 보도된 내용이다. 이에 비해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핵문제에 대한 논의 내용은 빠트린 채 북중관계의 발전 노력에 합의했다는 내용만을 전하고 있다.

양국의 보도 내용을 비교하면 중국은 앞으로 북미 핵협상에 적극 개입할 것임을 밝히고 있으며 이에 비해 북한은 중국의 적극 개입에 공개적으로 동조하길 꺼리는 미묘한 모습이다. 그러나 북한 언론의 신중한 보도 태도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주석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중국 입장에 적극 화답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중수교 70주년을 맞아 이뤄진 시주석의 북한 방문이지만 그 배후에는 복잡한 전략전술적 계산과 함의가 이중삼중으로 깔려 있다.

중국은 시주석의 북한 방문을 계기로 앞으로 핵문제 협상에 적극 관여할 의사를 밝히고 북한과 관계를 최상의 수준으로 복원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같은 약속은 향후 상당한 규모의 경제지원 등으로도 나타날 전망이다.

시주석 방북을 계기로 김위원장은 선택지가 넓어졌다. 대미 협상 전술전략에서 중국을 카드로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이 무엇일지, 아니면 최후의 경우 미국과 협상하는 카드를 버리고 중국과 밀착하는 방안까지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것이 김위원장이 말한 '새로운 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국면이 이같이 바뀜에 따라 미국이 대북 핵협상에서 상당한 부담을 갖게될 전망이다. 유엔 안보리와 자국의 제재를 통해 북한을 굴복시킬 수 있다고 믿는 미국의 전략, 전술이 중국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을 한층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북한이 연말로 정한 북미 핵협상 시한은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 대통령 선거국면과 맞물려 시한 폭탄이 될 수도 있다. 그 폭탄이 터지지 않고 핵문제가 궁극적으로 해결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지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북한의 복잡한 계산과 행보를 면밀히 따져봐야 알 수 있게 됐다.

북핵문제 해법이 훨씬 복잡해졌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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