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연락 끊긴 뒤 이별 통보받은 두 번의 경험
연락 없으면 덮치는 불안에 연인과 헤어져
과거의 상처,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A 상대방의 문제라고 먼저 선을 그었어야
마음의 문제 안고 새 인연 시작한 게 문제
스스로 마음 위해 구체적 ‘노력’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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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요즘 연애에 대한 고민이 깊습니다. 과거 연애를 할 때 상처 입었던 부분이 최근 연애에도 트라우마로 작용하는 게 정말 힘들어요.
첫 연애 때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 자존감을 갉아먹는 못된 남자친구였는데 이별 방법이 충격이었어요. 그가 연락을 뚝 끊었죠. 잠수 이별이었습니다. 그 뒤 몇 번의 짧은 연애를 하다, 지난해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정말 많이 좋아했어요. 그런데 그 사람도 연락이 없다가 하루아침에 갑작스레 이별 통보를 하더라고요. 잠수까진 아니었지만요. 이별 통보 뒤에는 바로 제 연락처를 차단하더군요. 다음에 만난 남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그에게 섭섭한 일이 생겼죠. 그런데 오히려 그에게서 하루 정도 연락이 없더라고요. 또 별안간 이별 통보를 받았습니다. 왜 모든 연애의 이별이 이런 걸까요? 예상치도 못한 타이밍에 이별을 겪고, 지난해에는 연달아 두 번이나 겪다 보니 원래 다들 이렇게 헤어지는 건가 싶기도 했어요.
상처가 심해 정말 많이 울기도 울었습니다. 남자한테 상처를 받고 또다시 좋아하고 또 똑같은 상처를 받게 허락한 저 자신이 싫어지기도 했어요. 왜 이렇게 연애 문제에 휘둘리나 싶기도 하고요. 제 잘못이 아닌 걸 알지만, 자책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그러다 올해 초 새로운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었어요. 그 전 연애처럼 제가 뜨겁게 애정을 쏟거나 하지 않았지만, 다정다감하고 따뜻한 남자친구의 성격 덕분에 점점 마음을 열게 되었어요.
정말 문제없이 예쁜 연애를 하겠구나 생각을 했는데, 남자친구가 연락해야 하는 시간에 연락이 안 오면 ‘아, 이 남자가 나랑 헤어지려고 이러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불안해집니다. 예를 들어, 남자친구가 다른 친구들과 약속이 있는데 연락이 안 오면 불안해요. 밤 1시, 2시까지 기다려요. ‘그 약속이 취소되었나? 미뤄졌나?’ 등 별생각을 다 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을 하다가도 한편으로는 연락을 안 하는 거에 화를 내는 게 맞다는 생각도 들어요. 일차적으로 드는 생각이 ‘남자친구가 나랑 헤어지려고 하나’입니다. 이러는 게 정상적인 반응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조금 걱정되는 수준이 아니라 심장이 너무 심하게 뛰고, 일도 눈에 안 들어오고 1분마다 핸드폰을 볼 정도로 불안하더라고요.
원래 연락에 집착하는 성격은 절대 아닌데 말이죠. 제가 예상한 시간에 연락이 안 오면 바로 불안감을 느끼는 저 자신을 보면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감정을 상대방에게 이해해달라고 요구하는 거 자체가 짐인 거 같고, 부담일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약속한 시각에 연락 안 하는 거 너무 싫어한다.” 그 이상은 얘기를 못 꺼내겠더라고요.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고, 남자친구의 다른 점에 실망해서 결국엔 정들기 전에 헤어졌습니다. 솔직히 그 불안함만 아니었다면 헤어지는 선택까지는 하지 않았을 거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아요.
언제까지고 과거의 일과 그로 인한 트라우마를 핑계 삼아 현재 저 자신의 미숙한 모습에 눈 감아 줄 수는 없다는 생각도 해요. 과거의 일을 계기로 상처를 받았으면, 그 상처를 계기로 성장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트라우마가 떠오르면 이성적인 사고가 불가능한 제가 너무 나약해 보이고, 답답해요. 살다 보면 이런 상처를 받는 일은 연애에서뿐만 아니라 사방팔방에서 일어날 텐데 말이죠. 매번 과거 일에 발목 잡히면서 자신을 옭아매는 건 정말 끔찍하게 싫어요. 곽정은 작가님은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작가님께 글을 보내면서 제 얘기를 시원하게 털어놓는 것만으로 위로받는 기분이네요.
과거에 얽매이고 싶지 않은 여자
A 머리로는 이게 아닌 걸 아는데 자신의 행동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 우리는 자신을 원망하고 자신에 대한 신뢰를 점점 잃게 되지요. 나를 믿어주지 않는 사람과 함께 지내는 게 괴로운 일인 것처럼, 내가 자신을 스스로 믿지 못할 때 우리 삶은 버거워집니다. 일단 이전 연애에서 반복해서 불쾌한 경험을 하셨네요. 당신이 사귄 사람이, 당신과 헤어질 때 꽤 무례한 방식을 택했죠. 자신의 변한 감정에 관해 떳떳하게 말하고 담담하게 밝히고, 제대로 인사 한 번쯤은 하고 정리했어도 좋았을 텐데 그들은 그러지 못했네요.
하지만, 바로 그 시점에 당신은 한 가지를 생각했어야 합니다. 그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예의 없이 관계를 정리한 것은, 어쨌든 그 사람들의 선택인 거죠. 누군가와 만나다 마음이 변할 수 있지만, 그런 식으로 정리하는 건 분명 잘못이니까요. ‘원래 다들 이렇게 헤어지는 건가?’라고 생각했다고 했죠? 네, 사실 요즘 그렇게 많이들 헤어지기도 하고요. 그러니 이런 상황을 ‘이게 나한테 문제가 있다는 증거구나’라고 당신의 문제로 귀속시키기에 앞서, 그 사람들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어야 해요. 그래야 일단 스스로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당신의 잘못이 있다면, 이런 이별을 당하고 나서 자신을 자책하는 입장으로 섣불리 마무리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죠. 이전의 연애 때문에 생겨난 분노와 실망 그리고 불안-지금은 좋지만, 갑자기 이 사람이 잠수를 타서 나는 이별을 당할지도 몰라-이라는 마음의 문제는 하나도 해결하지 않은 채로 새 연애를 시작했으니까요. 당신은 그렇게, 다가오지도 않은 불행을 미리 상상하고 준비합니다. 연락이 와야 할 시간에 연락이 오지 않았던 사건이 당신의 원치 않았던 이별로 이어졌으니까요. 연락이 제때 오지 않은 순간, 당신은 자연스럽게 현재와 과거를 연결합니다. 그리고 가장 파국적인 스토리를 머릿속에 그리는 거죠. 네, 알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을 그만두고 싶으시다는 것을요.
하지만 조금은 냉정하게 묻고 싶습니다. 이러한 마음의 작용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당신은 어떤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셨는지 말입니다.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지요. 불안이 문제라는 것,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당신은 상대방에게 ‘연락 안 되는 거 싫어한다’라고 말하는 것 외에, 자신의 마음을 위해서 당신이 한 ‘노력’은 무엇인가요? 상처가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그 상처를 직면할 용기와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특권 같은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에게, 상처는 그저 상처로만 남지요. 이런 상태로는 더 다정다감하고 더 따뜻한 사람을 만난들 결론은 똑같습니다. 불안할 거리를 찾아 헤매다 또 겁먹고 포기하겠죠. 불안한 상황이 아닌데도 불안해할 거리를 찾아 나서는 마음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직면해보신 적이 있나요?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자각 앞에서, 상담 전문가를 찾아가 보신 적은 있나요? 다시 말합니다.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요.
누구나 한 가지씩은 다루기 까다롭다 못해 때때로 압도되는 감정이 있지요. 어떤 사람은 분노에 취약하고, 또 어떤 사람은 불안에 취약합니다. 당신은, 연락에 집착하는 성격이 아니라 자신의 불안을 다루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일 뿐이고요. 상처를 극복한 경험이 있냐고 물으셨죠. 저는 외로움이나 공허함에 취약한 사람이에요. 어려서부터 너무 외롭게 자라서, 저에게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참으로 다루기 까다로운 감정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자신을 스스로 괴롭힌 적도 있었고, 또 타인을 괴롭힌 적도 있었어요. 몇 번의 바보 같은 선택이 이어지고 나서 깨달았지요. 더는 이 감정이 내 인생을 쥐고 흔들지 않게 하고 싶다는 내 마음을요. 그래서 저는 명상을 배웠고, 지금 심리학 석사 과정도 밟고 있습니다. 외로움이라는 감정 덕분에, 저는 많은 상처를 받았지만, 또 이렇게 성장해 나가고 있어요. 외로움을 극복하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당신의 이 고민이 연애 고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건 그저 자신의 감정에 대한 고민인 거죠. 관계 속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문제 상황은, 결국 내 인생을 비추는 선명한 거울이 됩니다. 좋은 사람을 발견하고 싶다면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진실인 명제가 됩니다. 나의 근원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성숙해지고, 그 토양 위에서 좋은 사람도 만나지는 것이니까요. 다시 묻습니다. 당신의 감정을 직면하고 탐구하고 위해, 당신은 무엇을 할 생각인가요?
곽정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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