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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대통령의 詩 '고목가'… 최남선보다 10년 앞선 최초의 신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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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포럼' 100회 기념 세미나

美 프린스턴대 박사 논문 등 '초기 저작 재조명' 주제로 발표

"슬프다 저 나무 다 늙었네/병들고 썩어서 반만 섰네/심약한 비바람 이리저리 급히 쳐/몇 백년 큰 나무 오늘 위태…."

이승만 전 대통령이 23세 때인 1898년 계몽운동 단체 협성회(協成會) 시절에 지은 국문시 '고목가(枯木歌)'의 첫째 연이다. 이 시가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1908년)보다 10년 앞선 한국 최초의 신체시라는 학술 발표가 나왔다.

조선일보

연세대 이승만연구원 김명섭(왼쪽부터) 원장, 오영섭 연구교수, 김현철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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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정동제일교회에서 열린 '이승만 포럼' 100회 기념 학술 세미나. 발표자로 나선 허경진 연세대 객원교수는 "이승만의 빼어난 문학 감각과 개혁 의식이 반영된 '고목가'는 한국 근대시의 기점으로 간주되는 역사적 의의를 지닌 시"라고 했다. 대한제국을 늙고 병든 나무에 비유하며 시대 인식을 드러낸 이 시는 당시 유행한 많은 애국시와 독립가의 효시로 꼽힌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최초의 신체시를 놓고 '이승만설(說)'과 '최남선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허 교수는 "'고목가'는 이승만이 동양의 소재와 서양적 형식을 절충하고, 자신의 시작(詩作) 능력을 더해서 지은 시"라며 "국문학계에서도 이 작품이 최초의 신체시라는 사실이 강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대통령의 1910년 미 프린스턴대 박사 논문인 '미국의 영향을 받은 중립'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발표했다. 전시(戰時) 중립국의 권한과 의무에 대한 국제법의 발전 과정을 설명한 이 논문은 이듬해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정 교수는 "미국에서도 전시 중립에 대한 단행본은 1914년 1차 대전이 발발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간행됐다"면서 "이 책은 전시 중립의 발전을 미국적 관점에서 정리한 선도적 학술서 가운데 하나였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또 "조선인이 서양 대학에서 정식 과정을 거쳐 취득한 첫 번째 박사 학위 논문이며 미 대학 출판부에서 조선인을 필자로 발간된 첫 번째 학술서"라고 덧붙였다. 오영섭 연세대 이승만연구원 연구교수는 1899년 이 전 대통령이 한성 감옥에 투옥된 뒤 번역한 '청일전기(淸日戰記)'에 대해 발표했다.

'이승만 포럼'은 2011년부터 매달 이 대통령에 대한 인물 탐구, 당시 시대상과 관련 인물 등 다양한 주제로 학술 강연을 열었다. 신철식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장은 "포럼 100회는 웬만한 열정과 노력 없이는 이룰 수 없는 업적"이라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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