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인천시 서구 당하동 한 가정집에서 주부가 식재료를 손질하기 위해 생수를 따르고 있다.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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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째 이어지고 있는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가 인천시의 초동 대응 실패로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커졌다는 정부 합동조사결과가 나왔다.
환경부는 지난달 30일부터 발생한 인천 수돗물 적수 사고에 대한 정부원인조사반의 중간 조사결과를 18일 발표했다. 환경부·한국수자원공사 등에서 전문가 18명으로 구성된 조사반은 지난 7일부터 사고원인 조사를 벌이면서 정상화 방안, 재발방지 대책 등을 마련해왔다.
■‘골든타임’ 놓친 인천시
이번 사고는 서울에서 원수를 공급받아 인천 서구·중구·강화에 사는 주민 67만명에 물을 나눠주는 인천 서구 공촌정수장에서 수계 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원래 공촌정수장은 서울의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에서 물을 받는데 이들 지역이 전기점검으로 가동을 중지하게 되자, 인근 수산·남동정수장의 물을 끌어와 대체 공급하게 됐다.
‘국가건설기준’에선 상수도 수계를 전환할 때는 흐르는 물의 방향을 바꾸면서 녹물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밸브나 소화전 등을 통해 배수를 하도록 되어 있다. 물의 흐름을 제어하는 제수 밸브를 서서히 작동해 물 속도 변화에 따라 관로 내부에 있는 물때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천시는 수돗물 대체공급 시나리오를 만들면서 각 지역별로 밸브를 어떻게 조작할 지에 대해서만 계획을 세웠다. 벨브 조작에 따른 수질 변화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지 않아 물이 탁해지고 이물질이 나왔을 때 바로 대처하지 못했다.
또한 밸브를 열고 유량이 늘어나면서 일시적으로 물의 탁도가 먹는물 수질 기준을 넘겼는데도 별다른 조치 없이 공급한 사실도 확인됐다. 조사반은 “초동대응이 이뤄지지 못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도 이날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담당 공무원들이 매너리즘에 빠진 건지 문제의식 없이 ‘수계 전환’을 했다”며 “그에 따라 발생할 여러 문제점이 충분히 예상 가능한데도 무리했다. 거의 100% 인재”라고 인천시의 미흡한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수계전환 흐름도. | 환경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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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장기화된 이유는
조사반에선 수계 전환시 무리하게 역방향으로 물을 공급하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했다. 김영훈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은 “통상 수계전환에는 10시간 정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응해야 하지만 10분만에 밸브를 개방하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밝혔다. 특히 역방향으로 바꿀 때는 충격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데 갑작스럽게 밸브를 열면서 유속이 초당 0.33m에서 0.68m로 두 배 이상 빨라져 관벽에 붙어있던 물때가 떨어져 나간 것이다.
밸브가 열리고 유량이 늘어나면서 5월30일 오후 12시31분쯤 탁도가 평소의 10배 가까운 수치인 0.6NTU까지 높아져 먹는물 수질기준(0.5NTU)을 넘어섰는데도 인천시에선 이러한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또한 탁도계가 망가져서 정확한 탁도 측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는데 인천시는 수질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발표해 시민들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또한 상수관망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아 물을 제대로 빼내지 못했고, 오염된 물은 계속해서 주택가까지 유입돼 사태는 장기화됐다.
공촌정수장에서 배수지를 거치지 않고 바로 물을 공급받는 서구지역이 가장 먼저 피해를 입었고, 오염된 물이 관을 따라 다른 지역으로 차차 퍼져간 것으로 파악됐다.
■‘붉은 물’ 안전은?
인천 서구 지역에선 지난달 30일 오후 1시30분쯤 첫 민원이 발생했다. 사고 발생 4일 후인 6월2일부터는 영종지역, 15일 후인 6월13일에는 강화지역까지 필터가 변색된다는 민원이 발생했다.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지난 16일까지 1071건의 수질검사를 한 결과에서 먹는 물 수질기준을 초과한 사례는 9건이었다. 민원은 검암경서동, 검단동 ,청라동, 원당당하동 순으로 발생했다. 인천시 교육청 요청으로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영종지역 26개 학교 수질분석 결과 잔류 염소 등 17개 항목이 모두 먹는 물 수질 기준 이내로 파악됐다.
‘붉은 물’의 성분분석을 실시한 결과 알루미늄이 36~60%, 망간이 14~25%, 철 등 기타성분이 26~49%를 차지하고 있었다. 조사반에선 주로 관 아래에 쌓인 물때가 유출된 것으로 판단했다. 조사반은 “정수기나 필터로 한 번 거른 물은 마셔도 되지만, 필터 색상이 쉽게 변할 정도의 물을 수질기준을 충족한다고 해서 음용을 권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빨래나 설거지 등 생활용수로는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향후 대책은
정부에선 지난 14일부터 전문업체에서 공촌 정수장 정수지 청소를 시작해 18일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19일부터 23일까지는 심야 시간을 이용해 송수관로에 있는 이물질 등 오염수를 빼내기로 했다. 8개의 배수지도 23일까지 청소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수돗물은 22일부터 단계적으로 정상 공급된다. 늦어도 29일까지는 모든 지역에 물이 제대로 공급되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정부에선 이전까지 정수장 중심으로 물공급 관리를 해와서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고, 급수와 배수관망까지 확대해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 전문가 원인조사 결과를 종합해 오는 7월까지 백서를 발간해 지자체와 공유할 계획이다.
■고개 숙인 인천시
인천시는 ‘붉은 수돗물’ 사태의 책임을 물어 상수도사업본부장과 공촌정수사업소장을 직위해제했다고 18일 밝혔다.
박남춘 시장은 이날 인천 수돗물 사태는 인천시의 사전 대비 미흡과 초기 대응부실 때문이라는 정부 합동조사단의 발표를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인천시민들에게 또 한번 사과했다. 또한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김모 상수도본부장을 직위해제했다고 설명했다.
인천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합동감사단 등 인천시가 아닌 외부 감사기관에 감사를 의뢰하고, 결과에 따라 추가 인사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오는 30일까지 정수장과 수도관로 등을 청소해 수돗물이 정상화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환경부는 현재 필터를 착색시키는 성분이 인체 유해성은 크지 않으나 필터 색이 바로 변할 단계라면 직접 먹는 것은 삼가도록 권고했다”며 “시민들이 안심할 때까지 생수를 계속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인천 서구와 영종도, 강화군 등 피해지역 주민들은 ‘인천수돗물적수사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인천시의 수돗물 대응 행태를 규탄했다. 이들은 “이번 수돗물 사태는 인천시가 초기 대응부터 20일째를 맞는 이날까지도 제대로 된 대책을 못 내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인천시의 명확한 책임범위 공개, 모든 피해지역에 제한없는 생수공급과 대책 및 피해보상 방안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지원계획, 사태 원인자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약속 및 완벽한 교체와 정비 등을 요구했다
지난달 30일부터 발생한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는 이날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인천 서북부 지역 1만여 가구와 150여개 학교가 적수 피해를 겪고 있다.
배문규·박준철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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