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지난 3월 7일 국회에서 합의내용을 발표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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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ㆍ카풀 사회적대타협기구(이하 대타협기구)’가 우여곡절 끝에 승차공유서비스(카풀) 관련 합의안을 내놓은 지 100일이 넘었지만 여전히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당사자 사이의 갈등 요인이 여전한 상황에서, 입법의 키를 쥔 국회는 멈춰있고 정부는 국회만 바라보는 형국이다. 표심에 민감해지는 총선이 다가올수록 문제 해결은 더욱 요원해질 거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첫 단추부터 막힌 합의 이행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타협기구가 지난 3월 7일 합의문을 도출한 이후 이달 14일로 100일이 지났다. 앞서 카풀을 반대하는 택시기사들이 잇따라 분신하자 더불어민주당과 택시업계 4개 단체, 카카오모빌리티, 국토교통부 등은 진통 끝에 △출퇴근 시간(오전 7시~9시, 오후 6시~8시) 카풀 허용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 출시 △택시월급제 시행 △초고령 운전자 개인택시 감차 등을 담은 합의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나도록 별다른 후속 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 우선 정부가 선결 과제로 꼽는 법인택시 월급제는 법인택시협회의 반대와 국회 파행으로 멈춰 있다.
대타협기구에 참여했던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합의문 발표 직후인 지난 3월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당장 월급제 시행은 불가능하니 법안 처리를 재고해달라’는 공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정부의 압박에 충분한 논의 없이 합의한데다, 시도ㆍ사업자 별로 경영상황이 천차만별이어서 정부 지원 없는 월급제 시행은 불가능하다”는 게 이유다.
택시월급제를 위해선 국회에 계류 중인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과 ‘택시운송사업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 지난 3월 27일 국토교통위 소위에서 첫 논의는 이뤄졌지만 이후 국회가 공전하며 논의도 사실상 정지 상태다.
3월 7일 택시ㆍ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 주요 합의 내용. 그래픽=강준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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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내 출시를 목표로 했던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는 아직 밑그림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무대응을 이유로 꼽는다. 지난달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 4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대타협 이후 당정은 플랫폼 택시 관련 어떤 회의도 공식 소집한 바 없다”고 성토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택시월급제 법안 등이 먼저 국회를 통과해야 플랫폼택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택시서비스 불만의 원인인 법인택시 기사 근무환경을 개선하지 못하면 플랫폼택시 효과도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만 국토부는 지난 14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회원사인 모빌리티 업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지며 뒤늦게 물꼬를 튼 상태다.
◇선거가 몰고 오는 먹구름
사태가 조기에 진전될 전망도 밝지 않다. 우선 얽혀 있는 이해관계가 너무 복잡하다. 대타협기구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대표로 참석했지만 모빌리티 업계 안에도 승차공유(카풀), 차량공유(운전자 없이 차량만 공유) 등 여러 형태가 존재한다. 택시업계에서도 개인과 법인의 이해관계가 다르다.
더욱 높은 산은 정치권의 ‘표 계산’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택시업계 종사자(약 27만명)와 가족을 합친 약 100만명의 표심을 염두에 둔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자칫 택시기사 표를 의식한 지역구 의원들이 대타협기구 합의안에 반대하며 혼란을 키울 여지도 있다. 카풀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이 애초부터 이 문제를 혁신이 아닌, 표심의 문제로 접근해 택시업계에 끌려 다니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지난 3월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카풀 합의를 거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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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후속조치가 지지부진하면서 갈등은 ‘타다’의 불법 유상운송 행위 등 또 다른 모빌리티 서비스로 번지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만 바뀌었을 뿐 승차공유 서비스와 택시업계간 갈등은 계속 진행형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해관계자는 물론, 표를 의식하는 여야 역시 이 문제를 풀기 힘든 만큼 결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택시업계는 결집력이 세고 여론에 대한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선거가 다가오는 하반기로 갈수록 합의안이 추진력을 얻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교육문제 때문에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든 것처럼 한시적으로라도 대통령 직속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계속 평행선만 달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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