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보이콧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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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등 동맹국에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제품을 쓰지 말 것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화웨이 사용 여부가 미중간 핵심 전장(戰場)으로 떠올라 동맹국들로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 받는 상황이다. 첨단 기술 분야로 확대되는 미중간 세력 경쟁으로 과거 냉전 시대와 유사한 ‘디지털 철의 장막’이 쳐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에서 반(反) 화웨이 전선의 전면에 선 이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다. 그는 13일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화웨이 통신 장비 사용이 한미 군사 안보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청와대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대사로선 이례적으로 주재국 정부 입장을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아예 “미국은 민감한 안보 정보를 수용할 수 없는 위험 수준으로 노출시키고 싶지 않다”며 한국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면 미국과의 정보 공유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7일 한 세미나에서도 “5G(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의 안보 영향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연일 공개석상에서 목소리를 높여왔다. .
미국의 압박은 한국만을 향하진 않는다. 화웨이 보이콧을 진두지휘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을 방문할 때마다 “화웨이 장비로 5G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국가들과는 민감한 안보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며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지 말 것을 압박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달 말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이 자리에서도 화웨이 문제가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안보 동맹에 필수적인 ‘안보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는 미국의 경고는 화웨이 사용을 동맹 결속의 시금석으로 보겠다는 의미여서 미국의 압박 강도가 예사롭지 않다.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고(1단계), 이어 해리스 대사와 같은 공식적인 스피커를 통해 의견을 표명(2단계)한 후에도 미국의 뜻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실력행사(3단계)로 돌입하는 미국의 전형적인 동맹 압박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화웨이 보이콧’에 깔린 미국의 진의에 대해선 관측이 다소 엇갈린다. 워싱턴포스트(WP)는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전략이 불분명하다”며 지난해 또 다른 중국 장비업체 ZTE 제재 때처럼 중국과의 무역 협상을 압박하는 레버리지로 활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있다고 전했다. 또 화웨이 관련 갈등이 첨단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미중간 경쟁의 핵심 이슈로 비화하고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중 강경파인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지난달 “화웨이를 몰아내는 게 무역 협상 보다 10배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외교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화웨이를 둘러싼 미중간 긴장이 각 국가들로 하여금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선택하도록 하는 ‘디지털 철의 장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일본, 호주 등은 반 화웨이 전선에 동참하기 시작한 반면, 러시아나 중국의 일대일로 참여국인 말레이시아 등은 화웨이 사용을 선언해 벌써부터 세력 편 가르기가 시작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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