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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아듀" 올 봄과의 이별을 기억하다, 곡성 진도 남도 막걸리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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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진도 운림산방


[진도·곡성=글·사진 | 스포츠서울 이우석 전문기자] 이제 봄과의 이별이다. 들쑥날쑥 봄다운 봄이었다. 그나마 비를 뿌려댄 덕에 미세먼지도 예상보단 덜했다. 이제 봄에 작별을 고하며 이별 여행을 떠날 즈음이다. 남도면 더 좋고 막걸리가 있으면 딱이다. 남도 땅 끄트머리까지 따라가 함께 귀경하며 봄바람을 안주 삼아 막걸릿잔을 기울인다.

평상에 앉아 모를 낸 푸른 봄 풍경을 눈에 주워 담으며 손 매운 여름을 기다리는 재미. 전라남도가 추천했다. 곡성과 진도다. 국내 파인다이닝의 기수로 꼽히는 류태환 셰프(류니끄)와 함께 떠났다. 전국 각지 제철 식재료를 메뉴에 반영하는 그는 이날 남도 식재료를 탐구하러 가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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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쌍계사




◇에허라디여 흥의 진도
보물섬 진도(珍島), 금싸라기처럼 노오란 볕은 제법 따가운 것이 벌써 여름이다. 풍류와 예술혼, 호국정신이 깃든 땅 진도에 또 하나의 보배가 짙은 향기를 풍기며 방문객의 손을 잡아 이끈다.

남도땅 진도의 푸짐하고 다양한 찬에 딱 어울리는 울금 막걸리다. 해풍을 맞고 자라 명품으로 꼽히는 진도 울금으로 담근 전통 막걸리로 현재 양조장 3곳에서 생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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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의 명물 울금으로 만든 울금 막걸리.



우리가 먹는 식재료 중 치자와 울금이 있다. 이중 울금(鬱金)은 같은 생강과, 쿠르쿠마(Curcunma)속 강황(薑黃)과 비슷한 식물인데 뿌리 부분을 갈아 약용으로 사용한다. 강황과는 달리 울금은 덩이뿌리다.

향신료로도 쓰지만 사실 약용이 주다. 간 보호에 좋고 근육통 등에 특효가 있다고 전해진다. 살짝이 자극성이 있지만 그 때문에 담백하다. 음식 잡내를 잡아주고, 기름기를 걷어주는 역할을 한다. 돼지고기를 삶을 때 울금을 넣으면 누린내가 사라지고 풍미는 좋아진다.

진도 삼합과 시원한 울금 막걸리 한잔하기에 딱 좋다. 남도 식문화 삼합이 진도에서 새로 탄생했다. 진도는 전국 울금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산지다. 울금을 넣고 삶은 돼지수육과 봄동쌈(계절에 따라 배추쌈), 생 표고버섯을 곁들여 먹는 것이다. 울돌목에서 잡은 숭어찜과 어란을 곁들이기도 한다.

진도읍의 한식당 우림이 진도 특산물의 인기에 착안, 삼합요리로 개발했다. 류태환 셰프와 함께 시식에 나섰다. 정갈하게 차려낸 남도 한정식답게 깔끔하면서도 푸짐하다. 여기에 황금빛 울금 막걸리가 함께 상에 오른다. 세곳의 양조장에서 전통방식으로 막걸리를 빚는데, 술밥을 지을 때 울금을 넣는다.

울금 수육이라니, 특유의 냄새를 잡았다. 입에 넣으면 촉촉하게 수분과 기름을 품도록 삶아냈다. 역시 막걸리가 빠질 수 없다. 노란색 병에 든 진도 울금막걸리가 잔에 흘러넘친다. 빛깔도 탐스럽다. 조심스레 입에 흘려 넣으면 몸에서 금빛이 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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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태환 셰프가 진도 울금막걸리를 시식하고 있다.



숭어찜 부드러운 살을 찢어 배추쌈에 표고와 수육과 함께 올려 한 잔, 얇게 저민 어란 한 조각으로 또 한 잔. 울금막걸리는 달지 않아 좋다. 나물이며 고기, 어떤 안주와도 잘도 넘어간다. 진도의 흥이 막걸리와 함께 몸 안으로 흘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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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금막걸리를 진도삼합과 함께 곁들이는 봄 배웅 여행



류태환 셰프는 “같은 지역에서 제철에 난 식재료라 그런지 서로 잘 어울리고 막걸리도 딱 맞춘 듯하다”면서도 “단, 생 표고는 푸석푸석하니 조려서 쓰고 먹는 사람이 번거롭지 않도록 미리 찢어서 내놓았으면 더 좋을 듯하다”고 조언했다.

진도에는 “양천 허씨가 빗자루만 들어도 그림이 나온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이 생겨난 운림산방을 갔다. 시와 서, 화에서부터 소리까지 진도의 예술혼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곳이 바로 운림산방이다. 첨찰산 쌍계사 아래 너른 들판에 멋스러운 한옥 고택 운림산방은 초의선사와 추사의 제자이자 남종화의 거두로 불린 허련(1808∼1893)이 귀향해 지은 초가집에서 시작했다.

이곳에서 미산 허형, 남농 허건, 임인 허림으로 남종화 3대가 고스란히 이어진다. 현재는 운림산방 화맥이 허문 허준, 허재, 허진까지 5대로 이어졌는데, 따지고 보면 한 집안의 예술 사조가 몇 대에 걸쳐 내려온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퍽 드물다.

남종화는 직업적인 화원이 세밀하게 그린 북종화와 대비되는 화풍이다. 사대부의 그림이다. 세밀함은 덜하지만 느낌이 따뜻하고 그림 속 의미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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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운림산방



운림산방 역시 남종화 정신을 닮았다. 주변 산천 역시 드세지 않고 온화하고 정갈하다. 눈높이를 따라 360도 뭐 하나 걸리는 것이 없다. 은은한 곡선 속 여백의 미가 서렸다. 산세도 그렇고 나무 한 그루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자그마한 연못과 배롱나무, 키작은 소나무에다 숨은 듯 지키고 선 은목서까지 모두 집주인의 정신을 물려받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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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메타세쿼이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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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만 채워넣은 곡성 피순대. 한일순대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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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도림사 계곡 너럭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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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동악산 도림사.



◇“봄, 뭣이 중헌디” 곡성의 진록
곡성을 갔다. 기차마을로 유명한 곳. 기차는 1829년 스티븐슨이 증기기관차 ‘로켓’를 발명한 이래 줄곧 ‘낭만의 탈것’이었다. 지금도 기차와 역은 곧 여행을 의미한다. 기관차가 줄줄이 객차를 끄는 것, 2선 철로 위를 쇠바퀴로 달리는 것, 모두 19세기 원형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전기로 달리는 고속전차를 지금도 기차(汽車)라 부르는 것 역시 낭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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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기차마을.



이곳엔 전차가 아닌 진짜 기차, 증기기관차가 있다. 옛 곡성역 앞 섬진강기차마을 테마파크 안에 있다. 이곳에서 출발한다. 섬진강과 보성강 합강 두물머리에 자리한 기차마을의 옛 역부터 섬진강변 철로를 따라 달린다. 차창 밖 풍경이 아주 좋은 철로다. 아예 강바람을 쐬며 달리기 좋은 레일바이크도 있다. 으싸으싸 합심해 페달을 저으면 덜컹덜컹 레일 위를 질주한다.

풀이 자라고 야생화가 피어난 자연하천이 고불고불 흐르는 섬진강 상류 풍경은 상상 속에서나 봤던 그런 강의 풍경이다.

잘 꾸며놓은 꽃마을이야 사실 테마파크나 대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이 옆으로 흐르는 진짜 기찻길 위로 까만색 증기기관차와 레일바이크가 달린다는 것은 다른 곳에선 접하기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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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기차마을엔 추억이 있다.



기차 안은 그야말로 과거·현재·미래 등 시제가 온통 혼재되어 있다. 수직으로 세워진 ‘반(反) 인체공학적’설계의 나무 의자는 분명 과거의 것이 분명하고 기적 소리 역시 KTX에서 익숙한 전자음 부저와는 차원이 다르다.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는 창밖은 현재, 이제부터 남겨질 추억과 디지털 사진은 미래의 몫이다. 곡성 기차마을에서 우리는 오늘 가슴 속에 또 하나의 추억을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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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동악산 도림사. 천년 고찰이다.



곡성은 산과 강이 좋다. 섬진강 212.3㎞의 대하(大河)에 동악산 등 아름다운 산수가 어우러졌다. 동악산 기슭에 도림사가 있다. 화엄사의 말사인 도림사는 원효대사가 신라 때 창건한 고찰이다. 도인들이 몰려들어 숲을 이뤘대서 붙은 이름이다. 경내에는 보광전, 명부전, 웅진당, 칠성각 등 전각 등과 보제루, 오도문 등이 있으며, 보광전 괘불탱과 아미타여래 설법도 등 보물과 목조아미타삼존불상 문화재를 품은 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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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도림사 계곡



도림사 계곡은 ‘수석의 경이 삼남에서 으뜸’이라 했다. 천하절경이라는 금강산(내금강) 만폭동을 빼닮았다. 장정 수십 명이 서도 좁지 않을 만큼 마당 같은 너럭바위 위로 명경같은 계곡물이 흐른다. 바위채는 집채보다 크고 너르다. 절경으로 소문났던 만큼 도림사 계곡은 시인 묵객들이 수도 없이 다녀갔다. 금강산, 단양팔경도 그렇듯 선현들은 도림사 유람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이름과 글귀를 바위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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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명물 꾸지뽕으로 만든 꾸지뽕 막걸리, 피순대와도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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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도림사 계곡 맑은 물.



이러한 풍경 속 꾸지뽕 막걸리를 마신다. 한때 곡식 곡(穀)을 지명에 썼을 정도로 전형적 농촌인 곡성에선 당연히 막걸리 문화가 발달했다.

물 좋고 쌀 좋으니 좋은 술이 난다. 맛과 약효가 좋다는 꾸지뽕이 더해진 ‘꾸지뽕 막걸리’가 있다. 곡성에서 많이 재배하는 꾸지뽕은 뽕나무와 달리 줄기와 가지에 가시가 있다. 열매는 오디와 닮았지만 크기나 색과 향이 완전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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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꾸지뽕 막걸리.



항암과 성인병에 좋은 꾸지뽕의 효과에 주목해 약재로 많이 쓰지만 막걸리로 먹는 게 가장 편하다. 곡성에서 생산되는 쌀로 술밥을 만들고 꾸지뽕 원액을 배합해 숙성시키는 전통 양조법이다. 향긋하고 살짜기 달달한 맛이 좋아 여러 음식에 어울린다. 특히 유명한 곡성 피순대에 더욱 어울린다.
demory@sportsseoul.com

진도 곡성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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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역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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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역사관 동장산성 디오라마



●둘러볼만한 곳=진도역사관에선 삼별초(三別抄) 항몽전쟁, 명량해전 등 역사적 사실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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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개 테마파크



진돗개 테마파크에서 천연기념물 진돗개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사육장, 공연장, 경주장, 선수촌, 방사장, 홍보관, 썰매장 등 여러 편의시설이 있어 가족이 함께 둘러보기에 좋다. 반려견도 함께 입장할 수 있다. 중앙기상대가 ‘국내 남해안 최고 아름다운 낙조 명소’로 지정한 세방리에선 해안도로 중간에 ‘세방 낙조 전망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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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세방리 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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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기차마을 패러글라이딩은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레저스포츠다.



곡성 산수를 한 번에 감상하는 방법이 있다. 국가 인증 청소년 안전활동 인증업체로 지정된 ‘곡성 기차마을 패러글라이딩’을 이용하면 된다. 곡성 읍내를 훤히 내려다볼 수 있는 깃대봉(550m)에 SUV 차량으로 오르면 금세 하늘에 닿는다. 롯데월드타워가 555m이니 5m 모자란다. 안전교육 후 장비 착용하면 숙련된 강사가 하늘 구경을 시켜준다. 2명이 타는 탠덤 비행이다. 곡성은 풍경이나 바람 방향, 안정성 등에 있어 최적 조건이다. 하늘에서 보는 섬진강과 지리산의 풍경이 아름답다. 어린이, 청소년도 체험해볼 수 있다. 동영상과 사진을 찍어 남겨준다. 체험비는 주중 11만원 주말 1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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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기차마을 패러글라이딩.



●각종 정보=기차마을 증기기관차는 옛 곡성역을 출발해 침곡역과 가정역까지 이르는 장장 10㎞의 구간을 따라 운행한다. 섬진강 명물로 일찌감치 자리 잡은 레일바이크는 침곡역부터 가정역까지 무려 5.1㎞구간을 달린다. 섬진강 기차마을 안을 순환(1.6㎞)하는 기차마을 안 레일바이크도 있다. 코레일관광개발 곡성지사. 문의 홈페이지(www.korailtrav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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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피순대. 한일순대국밥



●먹거리=곡성 피순대는 한일 순대국밥이 유명하다. 직접 암뽕에 돼지 선지를 한가득 채워넣었다. 핑크색 선지가 꽉 찬 순대와 콩나물, 애기보 등 채소와 고기를 함께 욱여넣은 순대, 그리고 막창 등 내장 부속을 한가득 썰어 넣고 끓여낸 국밥이다. 한우 육회비빔밥도 맛있다. 옥과한우촌은 육회비빔밥으로 유명하다. 신선한 고기와 나물을 올리고 고추장을 넣어 쓱쓱 비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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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삼합 우림 한정식 식당.



진도읍 우림 한정식 식당은 육회비빔밥 등 단품 메뉴와 함께 한정식을 내는 집이다. 최근 진도 삼합을 개발해 메뉴로 선보일 예정이다. 비빔밥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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