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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중국화’ 불만 홍콩, ‘범죄인 인도 법안’에 폭발…100만명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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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결 앞두고 시민들 거리로 ‘흰색 물결’…10여개국 연대 시위

시민단체, 반체제 인사·인권운동가 송환에 악용 가능성 우려

중 “외부세력 간섭 반대”…내일 ‘통과’ 땐 시민 반발 커질 듯



경향신문

홍콩 경찰들이 10일 새벽 도심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향해 최루가스를 뿌리며 해산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9일 시작된 시위에는 100만명 이상 참여했다고 주최 측이 밝혔다. 홍콩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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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범죄인을 중국 본토로 인도할 수 있는 ‘범죄인 인도 법안’ 표결을 앞두고 홍콩의 반중국 민심이 들끓고 있다. 그동안 쌓일 대로 쌓인 중국 정부에 대한 불만이 이 법안을 계기로 터져 나온다.

10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 홍콩 언론에 따르면 전날 오후부터 이날 새벽까지 주최 측 추산 103만명(경찰 추산 24만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를 외쳤다. 주최 측 추산 103만명은 홍콩 전체 인구(744만명)의 7분의 1에 해당한다. 홍콩이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최대 규모다.

시위를 주도한 시민단체 ‘민간인권전선’이 불빛을 상징하는 흰색 옷을 입자고 제안해 거리는 온통 ‘흰색 물결’로 가득했다. 시민들은 중국 송환 반대를 뜻하는 ‘반송중(反送中)’이라는 팻말을 들고 빅토리아 공원에서 정부청사가 있는 애드미럴티까지 4㎞가량 행진했다. 일부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퇴진과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수호 등을 외쳤다.

당초 오후 3시로 예정된 행진은 너무 많은 시민들이 몰리면서 40분 먼저 시작됐다. 경찰 측은 빅토리아 공원의 축구장 등을 개방하고 시위대에게 순차적으로 출발하라고 당부했다. 오후 10시쯤에야 행진이 마무리됐다. 10일 새벽엔 입법회 진입을 시도하는 일부 시위대를 향해 경찰이 최루가스를 쏘는 등 충돌해 부상자가 속출했다.

미국 뉴욕·보스턴·시애틀, 호주 캔버라, 일본 도쿄, 독일 베를린 등 전 세계 10여개국, 20여개 도시에서 연대 시위가 열렸다. 영국과 캐나다 외무장관은 공동성명을 내고 “이번 조치는 홍콩의 신뢰도와 국제적 명성을 크게 저하시킬 것”이라며 시위대 지지 입장을 밝혔다.

‘범죄인 인도 법안’은 중국과 대만 등 현재 미체결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환 이전 채택된 기존 법안에는 중국 본토가 빠져 있었다. 홍콩의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고 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비판하는 금서를 판 혐의로 중국 당국에 강제 구금됐던 2015년 홍콩 출판업자 사건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홍콩의 자치권이 보장되지 않고 중국화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 이 법안을 계기로 분출했다는 분석도 있다. 홍콩에서는 중국 국가가 연주될 때 모욕적 행동을 하면 실형 등에 처할 수 있는 ‘국가법’이 추진되고, 독립 성향 야당 후보의 피선거권이 잇달아 박탈되는 등 빠르게 ‘중국화’가 이뤄지고 있다.

2003년 국가안전법 제정 반대 시위에 참여했던 정보기술(IT) 전문가 위스터 오는 14개월 된 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이날 시위에 참여했다. 그는 “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우리가 본토로 송환될지 누가 알겠나. 아이에게 오늘의 시위는 좋은 교육이 될 것”이라고 했다. 2003년 7월1일 홍콩 시민 50만명이 참가한 국가안전법 반대 시위가 발생하자 홍콩 정부는 법 제정을 유보했다. 그러나 2014년 홍콩 행정수반 선거의 완전 직선제를 요구한 ‘우산혁명’ 시위에는 강경 진압으로 맞섰다. 당시 시위 참가자 1000명가량을 체포한 장본인이 현 행정수반인 캐리 람이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1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을 철회하거나 행정장관에서 사임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전날 시위 인원이 많았지만 대체로 질서를 유지한 것은 홍콩의 높은 시민의식을 입증하고, 반환 이후에도 홍콩인의 언론 및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앙정부는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의 법 개정을 확고히 지지한다”며 “어떤 외부세력이 홍콩의 입법 활동에 간섭해 잘못된 언행을 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외부세력의 발언’을 두고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번 법안은) 홍콩의 법치를 위협한다”고 말한 것을 겨냥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지난 4월 13만명이 모였던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가 103만명으로 늘어나는 등 시민들의 분노가 높아지고 있다. 12일 입법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홍콩 시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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