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자료 등 포함 3023만원 청구 / 안민석 등 의원 9명·이낙연 총리 / “검증없이 무조건 보호” 비판 여론 / 조사 맡은 檢 과거사위도 ‘책임론’
지난 4월 8일 국회 간담회에 참석한 배우 윤지오(가운데)씨와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두 번째). 뉴시스 |
고(故) 장자연씨 성 접대 의혹의 유일한 증언자를 자처하며 여론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배우 윤지오씨의 후원자들이 10일 후원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으로 윤씨 진술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 없이 ‘피해자’라며 보호막을 치는 데 급급했던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낙연 국무총리 등 정치권 인사들의 경솔함과 윤씨 입에 휘둘린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산하 진상조사단의 아마추어리즘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결과적으로 후원자들로부터 집단 소송을 당한 윤씨를 공익제보자로 만드는 데 기여한 1등 공신은 여론에 편승한 정치권 인사들을 꼽을 수 있다. 지난 4월 안 의원을 비롯해 같은 당 권미혁·남인순·안민석·이종걸·이학영·정춘숙 등 7명과 정의당 추혜선 의원,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은 이구동성으로 ‘윤지오와 함께 하는 의원 모임’을 결성하고 “윤씨의 진실을 향한 여정이 외롭지 않도록 지켜주겠다”며 ‘윤지오 지킴이’를 자청했다. 후원자 중 상당수는 안 의원 등 유력 정치인들과 함께 하는 윤씨 모습에 분유 값까지 아껴가며 후원했는데 뒤통수를 맞았다며 일부 매체에 불쾌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1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고(故) 장자연 사건''의 증언자인 배우 윤지오 씨에 대한 후원금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인단 대리인 최나리 변호사가 소송장 접수에 앞서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
의원들뿐 아니라 경찰 고위간부와 총리까지 직접 나서 덮어놓고 윤씨부터 두둔하고 나선 실수는 향후 어떤 수사든 여론을 의식해 진행하면 뒤탈이 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는 지적이다. 이 총리의 경우 지난 4월 2일 국무회의에서 윤씨를 “진실을 위해 싸우는 시민”이라고 치켜세우며 경찰의 철저한 신변보호를 당부했다. 윤씨의 신변보호에 대해 논란이 일자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도 “윤씨의 신변보호기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담당 경찰관이 경호에 소홀했다”며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
윤씨는 지난 4월 비영리단체 ‘지상의 빛’을 설립하고 경호비 등의 목적으로 후원금을 거뒀다. 그러나 이후 윤씨의 자서전 출판 작업을 돕던 김수민 작가가 “윤지오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폭로하면서 증언이 거짓 논란에 휩싸였다. 과거 검찰 과거사조사단에서 활동했던 박준영 변호사는 일찌감치 페이스북을 통해 윤씨의 증언에 대한 검증 필요성을 제기하며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가, 숙소를 마련해주고 경호팀을 붙여주는 등의 국가 예산 지출로 이어졌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날 윤씨는 후원자 439명으로부터 후원액 1023만원에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2000만원을 더해 총 3023만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당했다. 소송에 참여한 후원자들은 적게는 1000원부터 많게는 15만원까지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민사소송에선 윤씨의 후원금 모집이 ‘사기’라는 점을 쉽게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앞서 윤씨 진술에 대해 공방을 벌였던 김 작가의 법률 대리인인 박훈 변호사가 윤씨에 대해 제기한 사기죄 고발 사건과 맞물려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와 형사사건 재판과정에서 윤씨의 불법영득의사가 확인될 경우 손해배상청구 소송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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