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갑질에 화난…' 전단지 배포
벌금 30만원 선고한 원심 판결 파기환송
'갑질'이라는 표현이 한 사람의 인격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낮출 정도로 모욕적 언사는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박모(57)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미용실을 운영하던 박씨는 이주비 문제로 건물주와 다툰 후 '건물주 갑질에 화난 ○○원장'이라는 내용의 홍보전단지를 제작해 지역 주민들에게 배포하고 미용실 정문에 부착함으로써 미용실 건물주가 '갑질을 하는 사람'이라고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은 "박씨가 전단지를 작성하게 된 경위, '갑질'이라는 표현의 의미와 전체적인 맥락, 표현의 방식과 전후 정황 등을 살펴보면, '갑질'이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다소 무례한 방법으로 표시되긴 했지만 객관적으로 건물주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럼에도 원심은 형법상 모욕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 판결이 부당하다고 봤다.
1심은 "갑질이라는 표현이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긴 하지만 경멸적 표현에 이를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갑질'이라는 표현은 그 자체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사람이 하는 부당한 행위'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박씨가 작성한 전단지 표현은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으로 볼 수 있다"며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은 1심의 무죄 판결이 옳다는 취지로 2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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