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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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이란 표현이 들어간 전단지를 배포하거나 부착하는 것은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미용실 원장 박모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박씨는 2016년 건물 1층을 임차해 미용실을 운영하던 중 건물 소유주 이모씨와 이사 문제로 다퉜다. 이에 박씨는 2017년 8월 '건물주 갑질에 화난 00원장'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미용실 홍보 전단지를 제작해 100장을 지역 주민들에게 배포하고 15장을 2017년 11월부터 3개월 간 미용실 정문에 부착했다.
이씨는 박씨가 자신을 '건물주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세입자인 피고인에게 갑질을 하는 사람'이라는 취지로 공연히 모욕했다며 박씨를 고소했다.
1심은 "갑질이라는 표현은 '권력의 우위에 있는 사람이 하는 부당한 행위'라는 의미를 갖고 있고,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지만 경멸적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공신력 있는 언론에서 쉽게 사용되는 단어에 모욕적인 의미가 포함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박씨는 이씨가 권력관계를 이용해 부당한 행위를 했다는 의미에서 '갑질'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일 뿐,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시한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건물주 갑질에 화난 00원장'은 '건물주라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세입자인 박씨에게 부당한 행위를 한 사람'이라는 취지고, 이는 이씨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에 해당한다"며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이어 "이 사건의 경우 어떠한 부당 행위가 있었는지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이씨가 갑질을 했다고만 표현했다"며 "언론에서 '갑질'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만으로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박씨가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다소 무례한 표현을 했지만 객관적으로 '갑질'이 이씨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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