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이 본사인 하이실리콘은 2004년 설립됐다. 화웨이가 퀄컴, 인텔 등 미 기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전략적으로 육성했다. 지난해 79억 달러(약 9조3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그 90%가 화웨이에서 나왔다. 지난달 미 상무부는 하이실리콘을 비롯한 화웨이 계열사를 ‘블랙리스트’에 해당하는 거래제한 기업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하이실리콘은 ARM은 물론 시놉시스, 케이던스 등 미 기업의 반도체 자동화 설계 도구를 이용할 수 없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화웨이 제재로 중국 중소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3일 전했다. 미국 제재로 영향을 받는 중국 내 화웨이 협력업체는 약 1200여 곳. 미국으로 정보기술(IT) 부품을 수출하는 일부 중소기업은 수개월 안에 파산 등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SCMP는 이날 세계 최대 전자제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로 애플 아이폰 등을 만드는 대만 폭스콘이 화웨이의 주문 축소로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고도 전했다. SCMP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생산라인 중단이 일시적인지, 아니면 장기적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여러 생산라인의 가동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다만 화웨이코리아 측은 동아일보의 관련 문의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되면 반도체 기술 개발이 어려워지면서 화웨이도 영향을 받게 된다고 전망한다. WSJ에 따르면 홍콩투자은행 CLSA의 세바스티안 후 애널리스트는 “많은 소프트웨어, 지식재산권이 여전히 미국에서 구매·공급되는 만큼 1년이 지나도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하이실리콘이 차세대 반도체칩을 디자인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슘페이 가와사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앤드 컨설팅’의 최고경영자(CEO)는 “화웨이의 새로운 최신 칩 개발이 36개월 정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지난달 29일 화웨이 소속 연구자들을 논문 심사위원에서 배제하기로 했던 세계 최대 기술학회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는 3일 닷새 만에 결정을 번복했다. 중국전자학회 등 10개 학회가 “학술 교류의 정치화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학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화웨이 보이콧에 동참했던 와이파이연맹, SD메모리카드협회, 블루투스협회 등 국제 기술 표준단체 3곳도 화웨이 참여제한 방침을 철회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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