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현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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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치료하는 입장에서는 게임 과몰입이냐 게임 중독이냐의 문제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다. 학문적으로 접근하면 (용어보다는) 중독이냐 아니냐라는 찬반 토론이 있어야 한다. 알코올 중독도 처음부터 알코올 중독이 된 것이 아니라 반사회적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알코올과 관련 있는 부분에서 시작해 DSM(미국정신의학회 정신질환진단및통계편람)-2, DSM-3를 거쳐 점차 연구되고 명확해졌다.”
3일 한덕현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열린 게임과몰입힐링센터 5주년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게임에 과도하게 빠지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가 무엇인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학적 검증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한 시민단체 대표의 “게임과몰입이나 게임중독이나 용어의 차이지 내용은 같다. 이제 업계에서 정면으로 바라보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중독이라고 생각한다”라는 의견에 대한 답변이다.
그는 “과몰입이냐 중독이냐의 문제는 환자를 치료하는 입장에서는 왜 그렇게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다”며 “학문적으로 접근하면 중독이냐 아니냐라는 찬반 토론이 있어야한다”고 운을 뗐다.
이는 게임과몰입 현상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입장이 어느 쪽이든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고 이를 통한 오랜 시간의 논란을 거쳐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는 “사회적으로 빨리 해결되는 것이 원하는 방식인지는 모르겠지만 학자나 의사, 연구자 입장에서는 신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1800년대 활자 중독이나 TV 중독도 기준은 있지만 합의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독으로 진단되는 것이 사회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제2, 제3의 문제를 감안해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장애(Gaming Disorder) 질병코드 등재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인터넷 게이밍 디스오더(인터넷 게임장애)가 아닌 인터넷 어딕션(인터넷 중독)으로 사실상 광범위한 인터넷 활동이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게임으로 범위를 좁혔다는 주장이다.
그는 “게임 사용이 아니라 쇼핑, 영상 시청 등의 활동을 한다”며 “그런데 이상하게 인터넷이어야하는데 게임으로 들어온다. ‘인터넷 어딕션’으로 하면 안 되니까 ‘게임밍 디스오더’로 어거지로 붙인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록 욕은 먹겠지만 자료를 모으고 다른 정신과 의사들과 토론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와 관련한 직접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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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몰입, 학업 스트레스 비롯 관계적 문제서 원인 찾아야
이날 심포지엄 현장에서는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인 김경일 게임문화재단 이사장이 ‘게임과몰입이란 무엇인가? 몰입+몰입≠과몰입’을 주제로 강연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게임과몰입은 높은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자기통제력이 낮아지는 등 관계적 문제로부터 출발한 수많은 결과중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한덕현 교수는 ‘힐링센터의 지난 5년간의 성과’에 대해 발표하며 게임과몰입으로 센터를 방문한 사람들의 88.5%는 공존질환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특히 “처음에는 공종질환이 60% 이하였지만 5년, 8년 사례를 모으면서 보지 못했던 공존질환이 점점 보였다”며 “10년, 15년 추적 연구하면 공존질환 비중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게임과몰입의 근원적 요인이 게임인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실제 한 교수는 게임과몰입이 아닌 정상적인 상황임에도 부모가 자녀의 게임과몰입을 걱정해 센터를 찾은 사례도 1.1%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카이스트(KAIST) 문화기술대학원 도영임 교수는 ‘힐링센터의 역할과 방향성’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게임과몰입힐링센터가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과몰입에 대한 명확한 분석과 부모, 지역사회 등 각 주체들이 해야할 일을 분석할 수 있는 곳이라고 강조하고 현재 정부 부처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와 관련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게임을 즐기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이에 대한 데이터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청소년들이 재능의 다양성을 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가 그렇지 못한 것은 아닌지 반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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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건국대학교충주병원 김태호 교수,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김남욱 정신건강의학과장, 국립나주병원 정하란 소아청소년정신과장 등이 참여해 게임과몰입과 관련한 토론에 참석했다. 이들은 그동안의 상담 경험을 통해 청소년들이 게임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을 찾는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또 문제가 됐던 청소년들이 정상적으로 활동하는데는 부모의 참여와 변화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남욱 과장은 “가족관계가 중요해 아이의 변화보다는 엄마와 아빠가 변화시키는 것이 주효했다. 실제 부모의 지지를 받으면서 대학에 진학해 게임을 중단한 사례가 있고 한명은 스스로 게임을 더할 것 같은 경우 부모님에게 스마트폰을 맡겼다”며 “(치료가) 어려운 것은 부모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가 게임을 안 하려고 해도 바로 공부를 시키려고 하거나 부모 중 아빠는 동참하지 않는 등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토론회 좌장을 맡았던 김경일 교수는 “우리나라는 종단적인 연구 자료가 없어 안타깝다”며 “정말 중요한 연구는 이 사람들이 성장했을 때 어떤 사람들이 될까이다. 그런 면에서 이런 작업을 하고 있는 센터를 중요하게 봐야한다”고 밝혔다.
[임영택기자 ytlim@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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