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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고향 시리아로 돌아왔지만 기다리는 건 체포와 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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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고국으로 돌아와 핍박받는 시리아 난민의 고통 조명

연합뉴스

레바논에서 시리아로 돌아가는 난민들
[EPA/NABIL MOUNZER=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내전으로 고국을 등진 난민의 본국 송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들을 기다리는 건 체포와 심문, 고문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내전이 발발한 이후 500만 명 이상이 시리아를 떠났으며 600만 명이 시리아 내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 이는 거의 시리아 인구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8년간의 피비린내 나는 내전 끝에 승기를 굳힌 아사드 정권은 본격적으로 '화해'라는 명분을 내세워 난민의 귀국 절차를 추진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지난 2월 방영된 연설에서 '국민의 의무 이행'을 강조하며 귀국을 독려했다. 그는 난민들이 '정직할 경우' 용서할 거라며 '당근'도 제시했다.

난민들은 하나둘 고향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유엔은 2016년 이후 최소 16만4천 명의 난민이 귀국했다고 집계했다.

그러나 고향에 돌아왔다는 기쁨도 잠시, 난민들은 시리아 당국에 의한 구금과 고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

'인권을 위한 시리아 네트워크'는 지난 2년간 시리아로 돌아온 난민 중 거의 2천 명이 구금됐다고 밝혔다.

정부 관할 지역으로 돌아온 난민의 약 75%가 검문소나 정부 등록소, 거리 등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귀국 당시 약속과 달리 군에 징집됐다는 조사 결과도 최근 발표됐다.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의 정부 관리 지역으로 돌아온 한 청년은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절대로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후회했다.

그는 보안군 요원들이 수시로 집으로 찾아오는 등 수개월 동안 괴롭힘을 당했다며 "비밀경찰은 여전히 사람들을 데려가고 동네 사람들은 의심과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2013년 고향을 떠났던 하산(30)은 지난해 말 귀국하기 전에 자신의 안전을 위해 시리아 고위 보안 관리에게 많은 뇌물을 줬지만,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국가보안부 관리들에게 붙들려 심문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그들은 내가 해외에서 한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어떤 카페에 앉았으며, 심지어 축구 경기 중에 내가 반군 지지자와 함께 있었던 시간까지도 알고 있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시리아 난민의 변호인들은 아사드 정권이 '화해' 절차를 주민 감시와 정권 유지를 위해 오랫동안 수집해온 막대한 정보를 더 확대하려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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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EPA/SANA HANDOUT=연합뉴스]



워싱턴에 기반을 둔 '시리아 사법 및 책임 센터'는 2011년 아사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촉발하기 전까지 정보기관이 청년 단체의 현장 학습에 관한 내용까지도 수집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아사드 정권은 귀국한 난민에 대한 비인도적 처우에 대한 답변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다만 시리아 고위 관리들은 유엔 대리인들과의 대화에서 모든 난민이 똑같이 환영받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WP는 이 같은 처우에 레바논과 요르단, 터키 등 인근 국가에 있는 시리아 난민들이 귀국을 두려워하고 있지만, 불행하게도 그들에게 선택지가 많아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인근 국가로 탈출한 난민들이 현지에서 적법한 이민자로 인정받는 사례가 점점 줄어들면서 노동권 및 보건·교육에 대한 접근 제한은 물론, 착취와 학대의 위험에 노출돼 있고 추방당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심지어 레바논에서는 난민들에게 추방이 자발적이었다는 내용의 서류에 서명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휴먼라이츠워치(HRW)가 비난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난민 생활 중인 알레포 출신의 한 목수는 "뭘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면서 "그렇다고 시리아로 돌아갈 수는 없다. 차라리 블랙홀 안으로 걸어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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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에서 시리아로 돌아가는 난민들
[EPA/NABIL MOUNZER=연합뉴스]



eng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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