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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이슈 화웨이와 국제사회

中, 화웨이 화물 잘못 배달한 美페덱스에 칼 빼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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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이 미국 운송 업체 페덱스가 화웨이 택배 물품 목적지를 '미국'으로 바꾸는 오류를 범한 것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1일 밝혔다. 나아가 중국은 관영 언론을 통해 페덱스가 중국 법을 위반한 외국 기업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중국 대표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를 전방위로 압박하자 중국이 페덱스를 첫 보복 대상으로 삼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중앙(CC)TV는 1일 중국 당국의 페덱스 조사 착수 소식을 전하면서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리스트(블랙리스트) 제도가 이미 마련됐다"며 "중국 관련 법률과 법규를 위반한 외국 기업·조직·개인에 대한 중국의 경고"라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환구시보에 따르면 페덱스는 화웨이가 지난달 19~20일 일본에서 화웨이 중국 사무실로 보낸 화물 2개를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페덱스 본부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화웨이가 베트남에서 화웨이 홍콩과 싱가포르 법인으로 서류 택배 각각 1개씩을 페덱스를 통해 보냈지만 최종 목적지가 '미국'으로 바뀐 정황이 드러났다.

페덱스는 지난달 28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공식 계정에 사과 성명을 발표하면서 "화웨이 화물이 잘못 전달된 것은 오류"라며 "이와 관련해 어떠한 외부 요구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환구시보는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전면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페덱스가 화웨이 화물 4개에 대한 최종 목적지를 미국으로 바꾼 것은 페덱스가 미국 정부에서 조종받고 있다는 강한 의구심을 들게 한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과 관영 언론이 '1일' '페덱스'를 콕 짚어 보복 대상으로 삼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일은 중국 당국이 600억달러 상당 미국산 수입품에 최대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날이다. 이는 미국이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적용되는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한 것에 대한 중국의 맞불 조치였다. 중국이 CCTV를 통해 페덱스를 블랙리스트에 올릴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은 화웨이 제재에 동참한 미국 등 외국 기업 역시 중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화웨이 제재에 동참한 구글, 인텔, 마이크론 등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이 블랙리스트 후보로 거론된다. 1일 왕허쥔 상무부 조약법률사 사장이 신화통신과 인터뷰하면서 블랙리스트 선정 4대 기준을 설명했다. △중국 기업·조직·개인에 대해 봉쇄, 부품 공급 중단, 다른 차별적 조치를 취했는지 △비상업적 목적으로 시장 규칙과 계약 정신을 위배했는지 △중국 기업과 관련 산업에 실질적인 손해를 끼쳤는지 △국가 안전에 직접적 혹은 잠재적 위협을 가했는지 등을 제시했다.

중국은 무역전쟁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2일 국무원은 '중·미 무역협상에 관한 중국 입장'이라는 제목의 백서를 발표하면서 "미국 정부는 2017년 출범 이후 관세 인상을 무기로 위협을 가해 왔다"며 "(중국이 미국 제품에 대해 관세를 인상한 것은) 국가와 인민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무역협상이 무산된 것은 전적으로 미국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백서 발표회에 참석한 왕서우원 상무부 부부장 겸 국제무역협상 부대표는 "모든 게 합의되기 전엔 어떤 합의도 없다"며 "미국 측이 중국 측 양보를 얻어내려고 무역 마찰을 키우고 중국을 굴복시키는 극단적인 압력을 가하는 것은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달 말 G20정상회의가 열리는 일본 오사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공식 일정을 정하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이날 전했다.

미·중 갈등은 미디어 분야까지 번지고 있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CCTV의 해외 방송 사업 부문인 'CGTN 아메리카'가 지난달 미국 의회 취재 권한을 갱신하는 데 실패해 앞으로 미국 의회를 취재할 수 없게 됐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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