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유람선 건조된 지 70년… 선박 노후로 사고 가능성도
인그림 1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에서 29일 오후 9시쯤 유람선이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한 직후 구조와 수색 작업을 위해 현장을 찾은 구급대원들이 사고 현장 인근의 둑에 모여있다. 부다페스트=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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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부타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사고 피해가 늘어난 데는 악천후와 안전불감증이 동시에 작용했다. 사고 당시 폭우로 수위가 높았고 유속이 빨랐던 데다, 야간에 발생해 구조 작업을 위한 시야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 탑승객 대부분이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것도 피해 규모를 키웠고, 유람선 운영 업체는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선령(船齡)이 70년을 넘은 노후 선박을 띄웠다.
헝가리 국영방송 ‘MTI’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밤 사고 발생 당시 폭우와 어둠으로 인해 구조작업에 난항을 겪었다. 헝가리 현지교민 A씨는 사고 발생 직후에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여기 비가 많이 온다”면서 “다뉴브강 수위가 평소보다 높아, 여기서 0.5미터만 더 높으면 배를 띄우지 못한다고 선사들이 고지를 한 상태”라고 전했다.
또 다른 헝가리 현지 교민인 김희선(37)씨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탑승객 대부분이 폭우로 인해 1층 객실 안에 있었는데, 이 때문에 피해가 더욱 커진 것 같다”고 전했다. 야외로 노출돼있는 선박 2층에 나와있었다면 사고 당시 배 밖으로 튕겨져 나올 가능성도 있었으나, 폭우 탓에 대부분이 유리로 막힌 1층 선실에 모여있었을 가능성이 커 탈출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고 발생 시각이 늦은 밤이라 시야 확보가 어려웠던 점도 구조 지연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당시 다뉴브강에서 다른 유람선에 탑승한 한 누리꾼은 3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밤 시간대는 다리나 건물에 있는 약간의 조명이 전부”였다면서 “어두워서 구조 활동이 여의치 않아 보였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다른 배들은 생존자 수색을 돕기 위해 주변에 정박해 강 주변으로 조명을 비추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빠른 유속도 악영향을 미쳤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장 구조대장은 헝가리 국영방송에 “사고 발생 후 몇 시간이나 지난 탓에, (사고가 발생한) 부다페스트 중부 지역에서 새로운 생존자가 발견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 “강한 조류로 인해 멀리 하류까지 떠내려갔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구조자 중 한 명이 현장에서 3.6㎞ 떨어진 하류 ‘페토피 다리’에서 발견됐다고 외신들이 전하기도 했다.
큰 성과 없이 초기 구조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골든타임’을 놓쳐 인명피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장에 투입된 한 구조대원은 헝가리 국영방송에 “수온이 섭씨 10~12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구조가 지연될 경우 저체온증으로 인해 조난자들의 생존 확률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탑승객 대부분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것도 인명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30일 외교부는 “현지 공관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교민 김희선씨는 “배에 구명조끼가 없으면 (유람선) 운영이 안 된다”면서 “확실히 구비는 돼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사고가 났을 때 바로 입으라고는 하는데, (평소엔) 안 입는 게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현지인 A씨도 “보통 승객들은 배 안에 있지 않고, 밖에서 야경을 구경하는 데 거의 구명조끼를 입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선박 노후에 따른 사고였을 가능성을 지적하는 보도도 나왔다. 로이터는 사고가 난 ‘허블레아니호’는 1949년 옛 소련에서 건조된 선박으로, 만든 지 70년이 된 노후 선박이라는 점을 짚었다. 그러나 사고 유람선 운영 업체인 ‘파노라마 데크’ 대변인은 AP통신에 “필요한 개보수는 매년 확실히 하고 있다”면서도 “배에 기술적 문제가 있었는지는 현재 정보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최나실ㆍ박지윤ㆍ윤한슬ㆍ김동욱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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