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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中, 美 에너지 수입 늘리지도 줄이지도 못할 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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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상 결렬 전 美에너지 수입 대폭 늘리는 데 합의

美 화웨이 제재 후 '에너지 안보' 우려 목소리 커져

연합뉴스

미중 무역전쟁 '관세폭탄' (PG)
[정연주, 최자윤 제작] 일러스트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미국산 에너지 수입의 확대 여부를 놓고 중국 정부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0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지던 이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의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는 양국 모두 '윈-윈'(Win-win) 할 수 있는 사안으로 여겨졌다.

'에너지 블랙홀'로 불리는 중국은 2017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원유 수입국으로 떠올랐다. 2025년까지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국 지위도 차지할 전망이다.

반면에 셰일 가스와 오일에 힘입어 에너지 생산을 빠르게 확대하는 미국은 내년에 수출이 수입을 초과하는 에너지 순 수출국이 될 전망이다.

미국은 LNG 생산에서 러시아를 따라잡아 세계 3위 수출국으로 부상했으며, 10년 이내에 세계 최대 수출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원유 수출에서도 2024년까지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1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양국의 상황을 놓고 볼 때 막대한 미국의 에너지 수출을 중국이 흡수한다면 두 나라 모두에 혜택이 돌아가리라는 것에 양국 협상팀은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달 초부터 무역협상이 사실상 중단되고 중국의 '기술 굴기'를 우려한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전방위 제재에 나서면서 에너지 분야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무엇보다 중국 내에서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 제품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 수출 등을 통상분쟁의 무기로 활용하는 상황으로 미뤄볼 때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에너지를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의 왕융중 선임 연구원은 "중국의 미국산 에너지 의존도가 커진 상황에서 미국이 에너지 공급을 갑작스럽게 중단한다면 중국의 에너지 안보와 사회 안정에 큰 위협을 가하게 된다"며 "중국은 미국산 원유와 가스 수입 비중을 10∼15% 이상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과 무역전쟁 후 중국의 LNG 수입은 크게 줄어 미국산 LNG가 중국의 전체 LNG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4월 7.5%에서 올해 같은 기간 1.3%로 급락했다.

그러나 중국 처지에서 에너지 안보만을 생각해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줄이는 것도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스모그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나서면서 중국 정부는 겨울철 대기오염 주범인 석탄 난방과 화력발전을 청정에너지인 LNG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하고 있어 LNG 수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원유 측면에서도 중국은 세계 원유 수요 증가분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원유 수요가 계속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최대 에너지 수출국으로 부상하는 미국을 외면할 경우 다른 나라와의 에너지 구매 협상에서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LNG 공급선이 투르크메니스탄, 호주, 카타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다변화돼 있지만, 중국의 석탄 난방의 LNG 전환 정책 등으로 세계 시장의 LNG 가격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미국이 중국 에너지산업의 개방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어느 선까지 이를 허용할지도 관건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파이프라인 인프라 등을 민간 기업과 외국 기업에 개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국영기업이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 중국의 에너지산업이 언제, 어떻게 개방될지는 미지수이다.

SCMP는 "미·중 무역협상 결렬 전까지 에너지 분야는 쉽게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분야로 여겨졌지만, 이제 에너지 교역을 놓고 중국 정부의 셈법은 더는 단순할 수만은 없게 됐다"고 전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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