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적격성에 발목 잡힌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비금융사 대주주 등극은 KT와 카카오가 과거 5년 이내 법 위반 사실이나 혐의가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KT는 과거 공정거래법 위반 사례에다 공정위에서 담합 혐의로 추가 조사까지 받으면서 지난달 17일 금융위원회가 대주주 심사 중단을 선언했다. K뱅크는 KT의 대주주 등극이 무산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대주주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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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KT보다 희망적이지만, 여전히 전망이 불투명하다. 지난 14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재판 1심에서 무죄를 받아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검찰이 1심 결과에 항고했기 때문에 기다려야 한다"며 "법제처에 김 의장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인지 해석을 의뢰했는데, 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해석이 나오면 심사가 빨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1심 승소에도 항소와 법제처 심사라는 2가지 불확실성이 남은 셈이다.
근거 법은 다르지만 2년 전 미래에셋대우증권도 까다로운 대주주 적격성 규정 탓에 발행어음 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시행 규칙에 따르면 인가를 받으려는 금융기관의 대주주를 상대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거나 금융 당국이나 공정위 조사가 진행되고 그 내용이 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 심사를 보류하게 돼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공정위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으면서 발행어음 인가를 포기해야 했다. 같은 이유로 삼성증권도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따른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발행어음 인가를 지금까지 받지 못했다.
◇금융계 "법과 규정, 이중 문턱 문제"
대주주 적격성이 금융 혁신의 발목을 잡은 밑바탕에는 유독 까다로운 법 규정과 잘 드러나지 않은 금융 당국의 심사 규정 문제가 있다.
우선 법 규정 문제. 현재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대주주가 되려면 5년 이내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가중처벌에 관한 법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은 사실이 없을 것'을 요구한다. 기업들은 이에 대해 "공정거래법 등은 과점시장이 대부분인 산업계에서 기업들이 5년이나 아무 혐의 없이 지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문제를 고치기 위해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국회 정무위 간사)은 금융관련법만 남기고 공정거래법 등 다른 법령을 빼자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김 의원은 "작년 법을 통과시킬 때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과 참여연대 측이 보험처럼 만든 게 이 규정"이라며 "대통령은 인터넷은행을 금융혁신의 중점 과제라고 하는데 여당과 시민단체가 앞길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표면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더 까다로운 숨은 규제가 금융위원회의 감독 규정이다. 규정에는 "소송 중인 사안이 있으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절차를 중단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금융 당국은 이를 근거로 법 위반 혐의만 있어도 심사 자체를 미루고 있다. K뱅크는 불법 혐의에 대한 재판과 공정위 조사를 이유로 심사를 중단했고, 카카오뱅크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는데도 검찰이 항고했으니 법제처 법 해석을 더 기다려보자는 식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사후에 재판 결과 유죄가 나오면 (금융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핀테크업체 대표는 "카카오 김 의장의 법 위반은 혐의도 가볍고 고의도 아니다"라며 "이 문제로 대주주 심사 자체가 두 달 넘게 미뤄지는 것은 지나치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은 제3 인터넷은행 무산과 대주주 적격성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30일 긴급 당정협의를 가지기로 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대주주 적격성 문제 등에 대해 여론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이라며 "당정협의에서 금융위의 인터넷은행 심사 과정에 대한 설명과 대주주 적격성 법 규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근 기자(tg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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