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유기동물 살처분 제로를 목표로 활동하는 사이트 펫숍해크는 펫숍 근절, 반려인 의식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펫숍해크(petshop-hack.jp)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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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일본에서 화제가 된 동물 뉴스가 있다. 지난해 기준 도쿄도(東京都)에서 살처분한 개와 고양이 수가 0(제로)이라는 내용이다. 먼저 우리나라와 달리 안락사라는 용어 대신 살처분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눈에 띈다. 동물보호소에서 단순히 버려졌다, 병들었다는 이유로 동물들이 죽임을 당하는 것을 감안하면 고통이 적은 방법으로 생명을 단축하는 것을 의미하는 안락사가 아닌 살처분이라는 용어가 더 적절한 것 같다.
‘유기동물 살처분 제로’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현 도쿄도(東京都)지사가 2016년 도지사 선거 당시 내세운 공약이다. 도쿄도 내 살처분 두수는 2015년 203마리, 2016년 94마리, 2017년 16마리로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다 지난해 0을 기록했다. 이는 실제 도쿄도가 유기동물 입양 관련 정보 사이트를 만들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등 입양을 적극 독려한 결과다.
일본 아사히신문이 지난 4월 도쿄도가 유기동물 살처분 제로를 발표한 것을 두고 실제 150마리가 살처분 당한 사실을 게재했다. 시포 사이트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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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처분이 줄어들었음에도 현지 언론과 동물보호단체들은 마냥 긍정적 평가를 내놓지 않았다. 이들은 ‘살처분 제로’ 라는 발표 뒤에 숨겨진 사실에 주목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실제 도쿄도에서 살처분 된 유기동물 수는 약 150마리다. 질병에 걸렸거나, 사나워서 입양가족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경우는 부득이하게 살처분하되 그렇지 않은 경우(예컨대 보호소 내 개체 수 조절) 동물은 한 마리도 죽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살처분 제로’라는 발표가 씁쓸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살처분 당하는 유기동물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그래도 부럽게 느껴졌다.
도쿄도뿐 아니라 일본 내에서는 지방자치단체별로 유기동물 살처분 수를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4년 이후 유기동물 살처분 제로를 달성하고 있는 가나가와현의 경우 사납거나 사람을 무는 개의 경우 훈련을 시키고, 장애가 있어도 포기하는 대신 봉사자들과 협력해 입양가족을 찾아주고 있다. 구마모토현도 전염병에 걸린 동물 등을 제외하면 2017년과 2018년 유기동물 살처분 제로를 달성했다.
일본 가나가와현은 2014년부터 동물보호소 내 개와 고양이를 살처분 하는 대신 새 가족을 찾아주고 있다. 가나가와현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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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의 노력에도 일본에선 여전히 상당 수의 유기동물이 살처분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17년 기준 보호소에 들어온 개와 고양이 10만여마리 가운데 개 8,300여마리, 고양이 3만4,000여마리 등 4만3,000여마리가 살처분 당했다. 수용능력을 넘어선 보호소가 생겨나고 일본 내 소형견, 품종견 선호로 인해 주로 중대형 믹스견이 살처분 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때문에 입양확대, 펫숍 근절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주목할 만한 점은 1989년 100만여마리에 달했던 살처분 숫자가 지자체뿐 아니라 민간 단체, 봉사자들의 적극적 노력이 더해지면서 2000년 53만여마리, 2015년 8만3,000마리 등으로 크게 줄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입구에 있는 반려동물입양센터에서 개들이 유리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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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지자체 보호소 내 유기동물 안락사 수와 비율은 늘었다. 농림축산식품검역본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발생한 유실ㆍ유기동물은 10만2,600여 마리로 2015년(8만2,000여마리), 2016년(8만9,700여마리)보다 늘어나는 추세인 가운데 안락사 비중도 2015년 20%, 2016년 19.9%, 2017년 20.2%를 기록하고 있다. 자연사 비중은 같은 기간 22.7%→25%→27.1%로 더 늘었다. 지자체 보호소에 들어온 동물 절반이 보호소에서 생을 마감하고 있으며 유기동물의 훈련이나 치료 등은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유기동물 문제 개선을 위해서는 보호소가 말 그대로 유기동물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장소여야 한다. 나아가 안락사 제로를 앞다퉈 자랑스럽게 외치는 지자체와 보호소가 늘어나길 기대한다.
도쿄=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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