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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국 정부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지급한 보조금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향후 미·중 무역협상에서 보조금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국제무역기구(WTO) 등에서는 국가가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해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불공정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회계정보 업체 윈드인포메이션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지난해 국유기업에 지급한 보조금이 223억달러(약 26조5000억원)로 사상 최대였다고 28일 보도했다. 이는 전년보다 14% 증가한 규모다.
중국 국유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미·중 무역전쟁의 최대 쟁점 중 하나여서 중국의 보조금 확대는 향후 무역협상에서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 정부가 국유기업에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해 시장 질서를 왜곡하고 다른 나라 기업의 정당한 경쟁을 방해하고 있다며 보조금 철폐와 축소를 요구해왔다.
미국이 최근 거래제한 조치를 가하며 압박 수위를 높인 화웨이 역시 다른 나라 기업과 비교해 매출에서 연구개발(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은데, 미국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덕분에 화웨이가 통신 분야에서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으로 의심한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이 기술 패권을 유지하려는 정치적 의도로 중국 산업 정책에 개입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계획경제 체제에서 주요 정책 수단인 보조금을 없애라고 요구하는 것은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내부적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제조 2025'라는 용어 사용을 자제하는 등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제조 2025란 2025년까지 중국 정부가 첨단제조업 기술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정책 목표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무역전쟁을 일으키는 빌미를 제공했다.
중국 중앙정부의 조심스러운 태도에도 불구하고 보조금 지급액이 대폭 늘어난 것은 지방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돈을 뿌린 결과로 해석된다. 지난해 성장률이 떨어져 일자리마저 위협받게 된 지방정부가 대규모 보조금에 의지해 경기를 떠받친 것이다.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6%에 머물러 톈안먼 사건으로 서방의 경제 제재가 가해진 1990년 이후 2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윈드인포메이션 통계에 따르면 석유와 자동차 업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최대 석유 기업 시노펙은 75억위안(약 1조3000억원), 상하이자동차는 36억위안을 각각 지원받았다. 지방정부의 석유값 보조금과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 정책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제조업 분야 보조금뿐만 아니라 농업 분야 보조금도 미·중 무역협상 타결을 어렵게 하는 쟁점이라고 28일 보도했다. 중국은 옥수수, 밀, 콩 등을 재배하는 농가에 여러 명목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미국은 자국 농가가 중국 정부의 보조금 때문에 수출에 손해를 보고 있다며 보조금 철폐 또는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SCMP는 "중국 공산당에 충실한 농민 2억명의 생업이 걸려 있어 중국 정부가 무역협상에서 미국에 농업 보조금 문제를 양보할 수 없다"고 전했다. 중국은 1990년대 농산물 시장을 처음 개방했다가 농민이 큰 피해를 겪은 경험이 있다. 중국은 미국 정부도 농민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사실을 강조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일 농민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무역전쟁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농민을 위해 보조금 160억달러(약 19조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0억달러까지 포함하면 트럼프 정부가 중국과 무역전쟁 국면에서 지급한 농가 보조금은 280억달러에 달한다.
한편 지난 16일 미국의 거래제한 조치 이후 연일 대미 공세를 멈추지 않는 화웨이는 27일에도 미국 운송 업체 페덱스를 향해 경고장을 날렸다. 페덱스가 화웨이 화물의 도착지를 바꿨다는 이유로 사업 관계를 재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 19~20일 일본에서 중국 화웨이 사무실로 부친 화물 2개를 페덱스가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있는 페덱스 본부로 보냈다고 주장했다. 화웨이 대변인은 페덱스가 1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홍콩과 싱가포르에 있는 화웨이 사무실로 각각 발송한 화물 2건도 운송 경로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번 일이 최근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 및 계열사와 거래를 제한한 조치와 관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화웨이는 중국 우정당국에 해당 사건 조사를 의뢰했다.
[박만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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