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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슈 음주운전 사고와 처벌

음주운전 뺑소니에 한 달 의식불명…가해자 “물건 친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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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새벽 1시 40분쯤 서울 성동구 마장동의 한 도로에서 A씨(30·남)가 차에 치여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달아난 운전자 B씨(29·여)는 면허 취소 수치에 해당하는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 성동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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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약 한달이 지나도록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지난해 9월 부산 해운대구의 한 횡단보도에서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끝내 세상을 떠난 윤창호씨 사건을 계기로 ‘윤창호법’도 제정됐지만, 음주운전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서울 성동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일 새벽 1시40분쯤 서울 성동구 마장동의 한 도로에서 택시를 잡기 위해 길 가장자리에 서 있던 A(30‧남)씨를 술에 취한 운전자가 치고 달아났다. 이 사고로 머리를 심하게 다친 A씨는 인근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지만 한 달이 다 되어가는 28일까지 의식불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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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새벽 1시 40분쯤 서울 성동구 마장동의 한 도로에서 A씨(30·남)가 차에 치여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달아난 운전자 B씨(29·여)는 면허 취소 수치에 해당하는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 성동경찰서]


신고를 받은 경찰은 폐쇄회로(CC)TV 화면에서 유독 우측 안개등을 끈 채 운행하는 차량을 발견했다. A씨를 친 충격으로 차가 망가졌기 때문이었다. 5시간 만에 잡힌 뺑소니범은 검은색 레이 차량 운전자인 B씨(29‧여)였다. 그는 면허 취소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167%의 상태에서 핸들을 잡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CCTV 화면을 보면 정상적인 운전자들이 A씨를 보고 속도를 줄이고 피해 가는 반면 빠른 속도로 달려오던 B씨는 피해자를 그대로 치고 달아났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인들과 술자리를 한 후 차에서 한 시간 정도 자고 출발해 술이 깬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처음에는 “물건을 친 줄 알았다”고 혐의를 부인하던 그는 “물건을 쳐도 조처를 했어야지 왜 그냥 갔느냐”는 담당 형사의 추궁에 결국 “사람을 친 것 같다”고 인정했다. 차량 우측은 심하게 파손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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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차량의 모습. 우측이 심하게 파손됐다. [사진 성동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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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구속된 B씨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상 혐의로 7일 검찰에 송치됐다. 성동경찰서 관계자는 “현재는 도주치상 혐의지만 향후 도주치사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생계를 책임지던 가장이 병원에 누워있고, 부모님은 병간호에만 매달리고 있다. 한 가정이 파탄 났다”고 전했다.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이른바 ‘윤창호법’이 만들어졌지만 음주운전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기존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을 받았지만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으로 처벌이 강화됐다. 또 사람을 다치게 했을 경우에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량을 높였다.

경찰청에 따르면 윤창호법 시행 이전 한 달에 1만2000건에 달하던 음주단속 적발 건수는 시행 이후인 지난 1월과 2월에는 8000건대로 줄었다. 그러나 시행 넉 달 만인 지난달에는 1만1069건이 적발되며 윤창호법 시행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오는 6월25일부터는 음주운전 단속 기준이 알코올농도 0.05%에서 0.03%로 강화된다. 경찰은 “뺑소니는 양심을 버리는 중대한 범죄로서 경찰의 추적으로 반드시 검거된다”며 “뺑소니 사건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 검거해 무관용 원칙으로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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