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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사설] 미중 ‘화웨이’ 대립에 끼인 한국, 국익 관점의 대응 원칙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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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미중 무역전쟁이 ‘화웨이’ 대립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광둥성 선전시의 한 휴대폰 매장에 미국 애플과 중국 화웨이 휴대폰 광고가 나란히 부착돼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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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화웨이’ 대립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ㆍ사드)’ 사태 못지않은 외교적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화웨이 대립은 통상 문제를 넘어 미중 간 안보 총력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이 최근 우리나라에도 동맹국으로서 화웨이 5G(네트워크) 장비를 쓰지 말아달라며 ‘반(反)화웨이 전선’ 동참을 요구한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중국은 여차하면 사드 때보다 더 심각한 한중 갈등도 불사한다는 태세여서 정부의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다.

화웨이 대립은 미국이 15일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기업으로 지정하면서 본격화했다. 화웨이의 이란 불법 금융서비스 제공이 명분이었지만, 무역협상 고지 선점과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견제를 위한 ‘기술 냉전’ 차원의 양수겸장 포석일 가능성이 높다. 안보 면에서는 화웨이 장비 활용 시 사용자 정보가 수집돼 중국에 이용될 위험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이 동맹국들에 반화웨이 전선 동참을 요구하고, 영국 일본 등이 호응한 이유다.

미국은 전에도 국내 미군부대 지역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 자제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이 주장하는 안보 위협을 일축하면서 미국의 ‘부당한 무역제재’와의 싸움에 우리가 힘을 실어줄 것을 바라고 있다. 31일부터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사드 갈등 당시 우리 정부가 밝힌 ‘3불 입장’ 재확인을 요구하려는 움직임도 그런 맥락이다. 3불 입장은 사드 추가 배치, 미국 MD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 등에 불가를 선언한 것이다.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이다. 동맹국으로서 안보 우려를 앞세운 미국 요구를 외면하기도, 그렇다고 LG 유플러스 등 민간 부문에서 화웨이 제품을 이미 대량으로 적용한 현실에서 정부가 민간 비즈니스에 간섭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북핵 외교에서 미국과의 관계가 예민해진 걸 감안하면 중국 쪽에 다가서기도 난감한 상황이다. 하지만 뒷걸음질만 쳐서는 곤란하다. 안보 위협 관련 분야에서는 미국에 호응하되, 민간 거래에 대해서는 불개입하는 등 국익 관점의 ‘합리적 원칙’을 마련해 상황 전개에 맞게 대응할 필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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