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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취재일기] 대림동 여경 논란 잠재우기, 경찰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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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최선욱 사회팀 기자


‘대림동 여경’ 논란을 두고 경찰관들이 대놓고 하지 못하는 말이 있다. “술 취한 사람 난동 부리는 걸 제압하는 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서울구로경찰서 소속 한 여성 경찰관이 취객을 제압하는 모습이 17일 공개된 뒤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포털사이트에선 악성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선임 경찰관이 취객을 제압할 때 이를 방해하는 다른 취객에게 여경이 잠시 밀린 모습, 이후 “남자분 나오세요!”라며 시민에게 도움을 청하는 모습에 실망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일선 지구대·파출소에서 취객의 폭력을 맞닥뜨려본 경찰관들은 “대응을 잘 한 건데 사람들이 비난하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입을 모은다.

“내가 유도 4단이에요. 그런데 술 취한 사람이 힘을 써서 저항을 해대면, 다치지 않게 쓰러뜨려서 팔을 뒤로 돌려 수갑 채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세요. 안 해본 사람은 모릅니다.”

23일 만난 한 남성 경감은 이런 말로 구로서 경찰관의 편을 들었다. 그는 “뺨을 맞고 나서 바로 취객을 제압한 그 선임 경찰관의 능력이 월등한 거지 여경이 못한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술 취해 난동 부리는 사람도 제압 못 하면 그게 경찰이냐’는 일반인의 기대치와 현실의 차이다. 게다가 여성이라는 요소가 더해지면서 더욱 과도한 비판과 성별 갈등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다만 경찰도 ‘현실이 그렇다’는 이유로 일반 시민들의 기대치를 외면해선 안 된다. 영화 ‘범죄도시’의 마동석, ‘베테랑’의 황정민, ‘공공의 적’의 설경구 같은 일당백(一當百) 경찰이 아니더라도, 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무리가 없는 수준의 체력 기준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가 국민 앞에 공개돼야 대림동 사건과 비슷한 일이 또 벌어졌을 때 ‘능력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21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경찰의 체력 검정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나가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이번 사건으로 불거진 ‘여자가 경찰관이 되는 게 맞느냐’와 같은 과거 수준의 논쟁을 멈추게 하는 역할과 책임도 결국 경찰에게 있다.

최선욱 사회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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