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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 노무현 10주기, 여전히 못다 이룬 ‘진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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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사람들, ‘폐족’에서 ‘주류’로

영호남 지역 구도 깨는 데엔 큰 성과

선거제도·검찰 개혁 등 숙원은 미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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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23일 토요일 아침, 그의 황망한 서거 소식에 많은 이들이 오열하던 게 벌써 10년 전 일이다. 퇴임 이후 고향 살리기에 매진하겠다며 봉하행 열차를 탄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의 욕보이기식 수사에 ‘미안해하지 마라 … 운명이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떠났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노무현의 사람들은 ‘폐족’의 시간을 지나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정치 주류로 다시 섰다. 2016년 총선과 2018년 지방선거에선 ‘바보 노무현’이 끊임없이 좌절했던 부산은 물론 경남·대구 등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약진하면서, 그가 갈망했듯이 지역주의 벽에 큰 균열을 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이 씨를 뿌리고 가꾼 ‘남북 화해와 평화 공존’ 기조도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의 암흑기를 거쳐 다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서해 평화지대 구상 등을 담은 ‘10·4 남북 정상선언’은 4·27 판문점선언과 9·19 군사분야합의서 체결로 구체화됐다.

그가 던진 숙제들은 여전히 미완의 상태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과 협치의 길은 아직 멀고 힘겨운 상태다. 노 전 대통령은 2005년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정치연합에 내각 구성권을 이양하겠다며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했다. 하지만 특정 정당의 지역 독식을 깨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다당제에 기반한 연정 등 협치를 제도화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혁은 벽에 부닥쳐 있다. 권역별 부분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국회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지만, 자유한국당은 ‘좌파독재 음모’라며 맞서고 있다.

국토 균형발전을 통해 수도권 집중 해소와 권력분산을 꿈꿨던 구상도 답보 상태다. 2012년 7월 출범한 세종시는 인구 33만의 도시로 성장했고, 각 지역엔 10개의 혁신도시가 들어섰다. 그러나 최근 수도권 집중이 다시 강해지는 흐름마저 나타난다. 국회 분원의 세종시 설치 등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검찰개혁 등 권력기관 개혁 역시 지지부진하다. 국가정보원은 국내 정치에서 손을 떼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지만, 국내 정치 관여를 제도적으로 막을 국정원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검찰개혁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으로 구체화해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에 올렸다. 하지만 검찰의 노골적 반발과 국회의원들의 시큰둥한 태도로 앞날을 확신할 수는 없다.

개혁에 저항했던 보수세력은 요즘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과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실용주의와 협치’ 사례로 추켜세우며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견강부회다. 반칙과 특권 없는 사회를 꿈꾼 ‘노무현 정신’은 기득권 타파와 시대 과제를 피하지 않고 맞서는 용기일 것이다.

23일 오후 2시,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에서 10주기 추모행사가 열린다. “새 시대의 첫차가 되고 싶었는데 구시대의 막차가 되고 말았다”는 그의 탄식을 되새기고, 못다 이룬 ‘실용진보의 꿈’을 되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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