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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불붙는 OTT 시장

넷플릭스가 바꾼 칸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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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국제영화제 현장…60주년 맞은 세계 최대 ‘필름마켓’

사전판매 늘어 전보다 차분…“넷플릭스 등 통째 휩쓸어가”

대형 플랫폼 선호도에 맞춰…“마켓의 30~40%가 판타지”

경향신문

21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 뒤편 칸필름마켓이 열리는 리비에라에서 장르영화 판매 부스의 관계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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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국제영화제 하면 으레 레드카펫 행사를 떠올린다. 화려한 드레스와 턱시도를 향해 끊임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영화제에서 레드카펫 못지않게 중요한 행사가 영화 관계자들이 모여 영화·프로젝트 등을 사고파는 필름마켓이다. 레드카펫이 영화제의 꽃이라면 필름마켓은 꽃을 피우게 만드는 잎과 줄기라 할 수 있다.

1959년 13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인 칸필름마켓이 올해 60주년을 맞았다. 건물 옥상 한쪽에 천막을 치고 영화 관계자 10여명이 시작한 칸필름마켓은 현재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해 프로듀서·배급자·영화제 관계자 등 1만2411명이 참가했다. 마켓에 나온 작품·프로젝트는 극영화 3820개, 다큐멘터리영화 650개에 달했다. 올해는 114개국 1만2000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그러나 분위기는 예전같지 않다. 콘텐츠 플랫폼과 관객 성향이 급변함에 따라 칸필름마켓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전보다는 확실히 조용하다. 사람들도 좀 줄어든 것 같다.” 21일(현지시간) 필름마켓이 열리는 프랑스 칸 리비에라 입구에서 만난 캐나다 배급사 르네상스 미디어 대표 폴 가드너는 “30년 넘게 매년 칸필름마켓에 오는데, 올해는 더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사전 판매(또는 구매)’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유명 감독·배우가 참여하는 영화의 경우 필름마켓을 굳이 통하지 않고, 이들의 ‘이름값’과 시놉시스만으로도 계약이 성사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넷플릭스·아마존 같은 대형 구매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가드너는 “북미 시장은 이미 넷플릭스가 잠식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넷플릭스는 영어 콘텐츠뿐 아니라 멕시코·스페인·프랑스 등 각국의 극영화·다큐멘터리영화·애니메이션 같은 모든 종류의 콘텐츠를 통째로 미리 휩쓸어간다”고 말했다. 영화 수입사 콘텐츠게이트의 문진희 해외·배급팀장은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소니·파라마운트 등 미국의 대형 스튜디오들도 자신들의 라인업을 다양성 영화로 확장하고 있다”며 “국가별이 아닌 아시아나 전 세계 배급권을 가진 이들로 인해 중소 수입사들은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구매자의 등장은 판매자 입장에서는 나쁜 소식이 아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자신들의 콘텐츠를 전 세계에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형 구매자의 입맛에 맞추다 보면 영화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어벤져스>처럼 한 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년 이어지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리즈 등의 등장은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영화 판매자들에게 큰 위기 의식을 불러오고 있다. 가드너는 “10여년 전엔 필름마켓에서 DVD가 대세였다면 지금은 스트리밍이 대세”라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구매자나 판매자 모두에게 힘든 시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선호하는 콘텐츠가 장르영화다 보니 판타지·SF·공포 등 장르영화의 입지도 달라지고 있다. 칸필름마켓은 올해 처음으로 ‘판타스틱7’이라는 특별 세션을 마련했다. 지난 19일 팔레 드 페스티벌 내 K극장에서 열린 ‘판타스틱7’은 시체스·부천·카이로 등 유명 판타스틱영화제 7곳 관계자를 초청해 자신들의 영화제를 소개하고, 각 영화제에서 추천한 영화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투자받을 수 있는 기회도 줬다. 남종석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는 “넷플릭스 콘텐츠의 70%가 장르영화”라며 “올해 칸필름마켓의 30~40%가 판타스틱 영화다. 칸도 판타스틱 영화의 경쟁력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천영화제 측은 이상한 능력을 얻어 마녀사냥을 당하는 여고생들의 이야기를 담는 영화 <능력소녀>(감독 김수영)를 추천했다. <능력소녀> 제작사 아울픽처스 대표 김동환 프로듀서는 “장르영화를 배제하던 보수적인 칸필름마켓도 장르영화가 없으면 마켓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세션은 2시간가량 진행됐는데 극장이 꽉 차 입장객들이 서서 들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고 말했다.

칸 |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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