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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사설] '적자'라는 버스업체들 국민 세금으로 배당 잔치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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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버스 준공영제에 따라 지난해 65개 관내 시내버스 업체에 시민 세금으로 5400억원을 썼다. 준공영제는 버스 업체 적자를 시민 세금으로 메워준다는 제도다. 그런데 65개 업체 가운데 23곳의 경영 실태를 들여다보니 지난해 주주에게 지급된 배당금만 220억원이라고 한다. 버스 업체들이 국민 혈세로 배당 잔치까지 벌인 것이다.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이 코스피 상장사 평균의 두 배가 넘는다니 말문이 막힌다.

이 모럴 해저드는 비단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산·인천·대구·대전 등 준공영제가 시행되는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2004년 준공영제 도입 이후 적자가 나든 말든 주주들은 배당금을 타가고, 버스업체 임원들은 억대 연봉을 챙기고, 친인척을 허위 직원으로 등록하는 등의 수법으로 지원금을 부풀려서 타간 사례가 적발됐다. 국민 세금이 '눈먼 돈'처럼 쓰이고 있는 것이다.

작년 한 해 지원된 세금이 서울시 5402억, 부산 1600억, 대구 1100억, 인천 1079억원 등이다. 그런데 각 지자체가 운송 원가를 산정하면서 버스 업체가 제출하는 자료에만 의존할 뿐 원가 타당성 등을 검증하는 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고 한다. 공무원들이 제 돈이면 이렇게 허술하게 할 리가 없다. 국민 세금은 눈먼 돈이니, 대통령과 정부는 몇 조나 몇 십조원씩 펑펑 쓰고, 공무원도 나 몰라라 하고, 업자들은 제 주머니로 챙기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버스 파업을 막는다면서 버스 요금 인상과 준공영제 확대 방침을 발표했다. 이미 문제 발생이 예고된 주 52시간제를 강행해 사달을 일으켜 놓고 그 뒷감당은 국민에게 지운 것이다. 그러고도 사과 한마디 없다. 대통령과 장관이 자신들 과실로 문제가 생기면 먼저 자신들 월급부터 내놓는 제도가 있다면 이런 설익은 제도를 함부로 시행하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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