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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밀착카메라] 아직 살고 있는데…건물주-세입자 '철거'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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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건물주가 갑자기 철거를 결정하면 난감해지는 것은 세입자입니다. 급하게 새 집과 사업장을 찾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법에서는 세입자의 권리를 보장하지만 일부 현장에서는 "있으나 마나"라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밀착카메라 박민규 기자입니다.

[기자]

깨져나간 창문에 빨간 글씨로 '철거'라고 적혀있습니다.

서울 강동구의 한 주택인데요.

겉보기에는 텅 빈 건물 같지만 안쪽 상황은 다릅니다.

1층으로 들어와보면요.

이렇게 일부 주민들은 아직 생활하고 있습니다.

88세대 규모의 오래된 주택.

전세 1억 원, 월세는 20만 원 안팎으로 주민 대부분이 주거 취약 계층입니다.

그런데 최근 건물을 매입한 건설사가 재건축을 결정하며, 주민들에게 "4월까지 이사하라"고 통보했습니다.

[김모 씨/주민 : '2020년 6월 4일이 (계약) 만기날이다, 그 안에는 움직일 수가 없다' 얘기했는데도 불구하고 밀어붙이는 거예요.]

상당수 주민들이 빠져나가고, 현재 10여 세대가 남은 상황.

건설사 측은 빈 집 창문을 부수고, 곳곳에 '철거'라는 글씨를 새겼습니다.

[전모 씨/주민 : 자기네 거니까 비어있는 집 그럴 수는 있다고 쳐요. 그런데 최소한 그 밑에 사람이 살고 있거나… 이건 살지 말라는 거예요.]

주민 주차를 막고, 인터넷과 전화선도 끊었습니다.

[통신업체 수리기사 : 그냥 임의대로 잘랐겠죠. 이거 통신법에 아무 선이나 막 자르면 걸려요.]

주택 뒤편에는 쓰레기가 쌓여있습니다.

지난달까지 생활하던 주민들이 놓고 간 것인데요.

이쪽에는 그릇같은 식기류 그리고 의자 등 여러가지 가구도 있습니다.

정수기도 집 안에서 쓰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렇게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는 지금까지 관리가 안 되고 있습니다.

주민 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강모 씨/주민 : 부모 입장에서는 보여주고 싶지 않은 거죠. 그래서 할머니 집에 데려다 놓고…'아빠, 그 아픈 집 잘 지켜'라고 그래요. 이 집을 '아프다' 그래요.]

관할 구청이 현장 점검에 나서지만 역부족입니다.

[구청 관계자 : 쓰레기 좀 치워주세요. (아니 쓰레기를 왜 우리가 관리해야 되냐고요.)]

건설사 측은 "유리창 철거 등 조치는 안전상 이유로 한 것"이라며, "남은 주민들과 이주 대책을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바닥에 철근이 남아있는 이곳은 부산의 한 공사현장입니다.

바로 옆에 5층짜리 건물이 보입니다.

제가 지금 서 있는 이 자리에도 비슷한 높이의 건물이 있었는데요.

며칠 전 철거가 끝나서 지금은 이렇게 빈 터만 남았습니다

세입자 공모 씨는 운영 중인 점포를 건물주 측이 무단으로 철거했다고 주장합니다.

[공모 씨/세입자 : 순식간에 인부들 투입해서 자재하고 시설, 짐, 그리고 에어컨도 잘라갔고요. 법 같은 건 무시해버리고 무조건 부숴버리고 뭐 '처벌은 감수하겠다'…]

애초 공씨의 계약 기간은 2년, 올 1월까지였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계약 연장을 거듭 요청했지만, 건물주 측이 재건축을 이유로 묵살했다는 것이 공씨 주장입니다.

현행법은 상가 임대 기간을 10년까지 보장합니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건물주를 처벌하는 조항은 없습니다.

[공모 씨/세입자 : 5년이고 10년이고가 의미가 없어요. (건물주가) '당신 때문에 이 공사가 늦어지면 그에 대한 피해보상을 청구하겠다' 그런 식으로…]

건물주 측은 지금이라도 합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건물주 측 : 욱해서 그렇게 된 거예요. 지금도 해결할 마음은 얼마든지 있어요.]

지난해 1월 빵집을 연 김대영 씨입니다.

입주 석 달 만에 재건축을 통보받았고, 1년 만에 가게를 비워 달라는 소송을 당했습니다.

[김대영/세입자 : (계약이) 2021년 3월 31일까지인데. 건물주가 바뀌고 나서 와서 '전기를 끊는다, 물을 끊는다, 내 건물 내가 짓는다는데 왜 안 나가냐…']

건물주 측이 최근 리모델링을 시작하면서, 가게가 입주한 건물은 공사 현장이 돼 버렸습니다.

세입자를 보호하는 법이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에게는 멀기만 합니다.

건물주와 세입자 간의 문제라며 내버려 두는 사이 서로를 향한 불신과 사회적 갈등은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박민규, 홍승재,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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