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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사법농단 현직판사 재판 본격화… 성창호·조의연·신광렬 “공소사실 모두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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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정운호게이트’ 수사기밀 누설한 혐의

재판부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주장 받아들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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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에 연루된 현직 판사에 대한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유영근) 심리로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성창호·조의연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고위법관이 아닌 현직 부장판사에 대한 재판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판준비기일은 재판 쟁점을 정리하고 입증계획을 세우는 재판 절차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다. 이날 세 부장판사는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성창호 부장판사 등은 2016년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로 법관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이를 축소하기 위해 검찰 수사기록을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검찰 수사 관련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영장청구서, 수사기록 통해 수사 방향을 확인하라’고 지시 받은 신광렬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는 성창호·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 임 전 차장의 지시를 그대로 전달했다. 그에 따라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확보한 수사 기밀 관련 문건 9건, 수사보고서 1건 등이 2016년 5월부터 9월까지 10차례에 걸쳐 행정처로 전달됐다고 한다.

이날 재판에서 현직 부장판사 모두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기관 내 보고일 뿐, 기밀 누설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또한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했다”고 입을 모았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판사에게 범죄사실만이 담긴 공소장을 내고, 유죄를 예단하게 하는 서류를 내거나 그 내용을 인용해선 안 된다는 원칙이다. 신 부장판사쪽 변호인은 “공소사실이 아닌 검사의 법적 견해, 평가 등을 기재한 부분이 있다. 또한 (공소사실의) ‘배경’이라는 이유로 사법부 동향 등이 기재돼있다. 수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 부장판사 변호인도 “행정처 내부움직임, 행정처 내부 대응 등은 범죄 사실과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최종 판단은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통상적인 공소장과 많이 다르다. 굉장히 힘이 많이 들어가있다.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하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갈 길이 멀어보인다.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서라도 검찰이 지나치게 외연을 넓히는 것은 자제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이날 검찰은 “정치적인 기소”라는 성창호 판사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검찰은 “성창호 피고인은 ‘피고인 본인이 여당측 인사에 대한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하자 검찰이 정치적으로 기소했다’고 의견서에 썼다. 근거없는 의혹 제기이자 억측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검찰측 설명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 8월 공범관계에 있는 신광렬 부장판사를 피의자로 입건했고 그해 9월 8일 성 부장판사를 조사한 뒤 11일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한다.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이 수차례 기각되면서 수사가 지연됐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차장 등 행정처 관계자를 조사하느라 수사에 장시간이 소요됐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기소 대상도 사안의 경중과 가담 정도를 따져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재판부는 다음달 17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번 더 연 뒤 정식 재판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편, 신 부장판사 등 사건을 시작으로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에서 실무자 노릇을 했다는 현직 판사들에 재판도 본격화된다. 22일 이태종 당시 서울서부지법원장에 대한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이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심리로 열린다. 이 전 서부지법원장은 서울서부지법 집행관 비리 사건이 발생하자 검찰의 수사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행정처에 수사 기밀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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