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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日 “강제징용 판결 관련, 한국에 중재위 개최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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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성, 남 대사 신임장 제정일에 초치... 외교부 "신중히 검토"

한국일보

고노 다로 일본 외무장관. 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 정부는 20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중재위원회 개최를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 지난 1월 양국 간 협의 요청에 대한 진전이 없자 이번엔 중재위 카드를 꺼내 들면서 한국 측의 대응을 촉구한 것이다. 이에 외교부는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일본 외무성은 이날 한국 정부에 중재위 개최를 요구하면서 “지난해 일련의 대법원 판결 이후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에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할 것을 포함한 적절한 조치를 강하게 요구해 왔다”며 “그러나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조치가 취해질 전망이 없다”고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측에 협의를 요청한 지 4개월 이상 경과했고, 수 차례 요구에도 한국 정부가 협의에 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외무성은 “(강제징용 피해자) 원고 측의 일본 기업에 대한 자산 압류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일엔 압류자산에 대한 매각 신청이 있었다”며 “이런 사정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양국 간 협의로는 해결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 한일 청구권협정에 근거해 중재위 개최를 한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은 분쟁 해결 절차로 정부 간 협의에 이어 제3국 국적의 위원을 포함한 중재위 개최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측은 1월 9일 정부 간 협의를 한국에 요청했으나, 우리 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외교 채널을 통한 협의를 지속한다는 방침을 밝히며 평행선을 이어왔다.

중재위는 상대국에 요청이 접수된 후 30일 이내 양국이 임명한 위원 각 1명과 제3국 위원을 포함, 3명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한일 간에는 중재위를 설치한 적이 없는 데다 정부 간 협의처럼 중재위도 상대의 동의가 없는 한 개최되지 않는다.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데도 일본 측이 중재위 개최를 요청한 것은 한국 측에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이면서 국제사회로부터 분쟁 해결 절차를 성실하게 밟고 있다는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가 “정부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힌 것도 대응 수위를 높인 요인으로 꼽힌다.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무장관은 이날 참의원 결산위원회에서 이 총리의 발언을 소개하고 “한국 정부의 대응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책임자로부터 이 같은 발언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날 오후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한국 정부가 중재에 응할 협정상 의무가 있다”며 중재위 수용을 강하게 요구했다. 남 대사는 오전 고쿄(皇居ㆍ일왕의 거처)를 예방해 나루히토(德仁) 일왕에게 신임장을 제정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신임장 제정 당일 사전 통보도 없이 중재위 요청과 함께 남 대사를 초치한 것은 한국 정부에게 더욱 압박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외교부는 “금일 외교 채널을 통해 일본 측으로부터의 중재 회부를 요청하는 외교 공한을 접수했다”면서 “제반 요소를 감안해 신중히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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