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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버닝썬 사태

승리 구속 못해 가라앉은 경찰…'경찰총장'은 직권남용 송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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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구속영장이 기각된 승리가 14일 밤 서울 중랑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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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수사가 막바지여서 큰 문제는 없습니다.”

15일 버닝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의 한 고위 관계자는 빅뱅 승리(29ㆍ이승현)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14일)된 것과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다른 주요 수사진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핵심 피의자 신병 확보에 실패한 경찰의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경찰의 원래 계획은 승리 구속을 계기로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모(49) 총경과 승리ㆍ정준영(30ㆍ구속) 등 이른바 ‘단톡방 멤버’ 간 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것이었다. 유착 의혹 수사가 미비했다는 지적을 승리 구속으로 만회하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이날 경찰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고, 곧 기각 사유를 분석하겠다”는 입장을 먼저 밝혀야 했다. 이후 윤 총경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한다고 발표했다. 윤 총경은 2016년 7월 승리가 운영에 참여한 서울 강남 술집 몽키뮤지엄이 식품위생법 위반 문제로 단속 되자 사건 담당자에게 수사사항을 물어보는 방식으로 관련 내용을 누설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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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온 승리 [사진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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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윤 총경이 승리와 동업자인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로부터 골프와 식사 대접을 받았다는 사실도 확인했지만, 뇌물이나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서울청 광역수사대는 “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한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청탁금지법 처벌 기준 금액(1회 100만원 또는 1년에 300만원)도 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은 윤 총경이 접대를 받은 사실이 확인된 만큼, 관련 징계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로써 윤 총경과 버닝썬 등 클럽 관련자들과의 유착 의혹 수사는 사실상 끝났다. 승리에 대한 수사도 구속을 실패한 경찰 입장에선 동력을 잃은 상태다.

이 때문에 “무리한 구속 시도였다”거나 “타이밍을 놓쳤다”는 아쉬움과 자성의 목소리가 경찰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의 주요 사유 중 하나는 증거인멸과 도주우려인데 승리가 이 부분에 대해서 사전 대응을 철저히 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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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온 승리 [사진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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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승리는 이번 사건이 불거진 뒤 18차례 경찰 소환에 응했다. 이밖에 윤 총경과의 식사 자리 현장 조사에도 경찰과 함께 가고,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자청하는 등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같은 사전 대응이 영장 기각 판단에 반영됐다는 게 경찰의 잠정 판단이다.

또 한편에선 ‘뭐라도 해야 한다’는 식의 수사가 승리에 대한 무리한 영장 신청으로 이어졌고 결국 기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경찰 고위관계자는 “경찰과 클럽 유착 의혹을 밝히기가 정말 힘든데, 최소한 승리는 구속시키고 수사를 끝내야 여론의 비판을 덜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밖에 경찰은 버닝썬 사건의 최초 제보자인 김상교씨에 대해 성추행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김씨는 클럽 안에서 여성 손님 3명을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피해 주장 여성과 목격자 조사, CCTV 영상분석을 통해 김씨의 성추행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조사에서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며 부인했다고 한다. 한편 김씨는 승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자신의 SNS에 “대한민국의 현실. 나라가 없어진 것 같다”고 적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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