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진상조사위, 시신 탈취 과정 장례 방해 사과 권고
“합의 주선, 3억 대신 전달…장례 관련 공문서 임의 발급”
노사관계 부당 개입 퇴직 간부들 조사 거부 윗선 못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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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탄압에 반발해 2014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염호석씨(당시 34세) 장례 과정에 경찰이 삼성 의도에 따라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당시 경찰청 정보국 간부가 염씨가 바란 노조장 대신 가족장 결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14일 이 같은 내용의 염씨 사건에 대한 정보경찰의 부당 개입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위는 염씨 ‘시신 탈취’ 과정에서 경찰 정보관들이 삼성 입장을 적극 옹호해 장례절차 변경을 주도하고 유족과 노조의 동향을 삼성과 상세하게 공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유남영 위원장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경찰이 삼성의 대리인처럼 움직였다”고 말했다.
염씨 사건은 고인과 유족이 노조에 위임한 장례절차에 경찰이 개입해 가족장으로 변경하게 하고 ‘장례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노조원들을 진압한 사건이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센터 분회장이었던 염씨는 2014년 5월17일 “지회가 승리하는 그날 화장해 뿌려주세요”라고 적힌 유서와 함께 강원도 강릉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노조는 유족 동의를 얻어 노동조합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하고 서울의료원에 빈소를 마련했지만, 염씨 부친이 갑자기 가족장을 치르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이후 부친이 아들 유언과는 반대로 가족장을 치르는 대가로 삼성으로부터 6억원을 받고 시신을 부산으로 빼돌린 뒤 서둘러 화장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노조에 장례절차 위임 뜻을 밝혔던 염씨 친모를 장례에서 배제하고 화장장에서 아들의 마지막 모습을 보는 것마저도 차단했다.
진상조사위는 당시 경찰청 정보국에서 노정(노동정보)팀장으로 근무한 김모 경정이 삼성전자서비스 최모 상무의 요청에 따라 염씨의 친부와 직접 만나 가족장 결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김 경정은 사측이 계모인 최모씨에게 3억원을 전달하는 과정에 동석하는가 하면 삼성이 염씨에게 건네기로 한 합의금 6억원 중 잔금 3억원을 사측을 대신해 직접 유족하게 전달했다.
당시 양산경찰서 정보보안과 하모 과장과 김모 계장은 경남경찰청 정보과 간부로부터 가족장 합의를 주선해 보라는 연락을 받은 뒤 삼성과 유족의 만남을 직접 주선했다. 김 전 계장은 삼성의 부탁을 받고 경찰 정보망을 이용해 염씨의 지인 이모씨를 찾아 삼성에 소개했고 이후 브로커로 동원했다. 김 전 계장은 고인의 시신을 서울의료원 밖으로 운구한 5월18일 이씨에게 “노조원들이 운구차가 못 나가도록 방해한다”는 112 허위신고를 하게 만들어 빈소에 대규모 경력을 투입했다. 양산서 정보관들은 염씨 시신이 부산으로 옮겨진 뒤 빨리 장례를 마치려고 화장에 필요한 검시필증과 시체검안서 사본 등 공문서를 유족 동의 없이 임의로 발급받기도 했다.
진상조사위는 “장례절차 개입은 경찰관직무집행법상 정당한 범위 안의 정보활동으로 보기 어렵다”며 “경찰이 노사관계에서의 객관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진상조사위는 이 같은 부당한 장례절차 개입과 염씨 친모의 장례주재권·화장장 진입 방해를 사과하라고 경찰에 권고했다. 경찰 정보활동 범위를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맞도록 개정해 정보활동의 중립성을 담보하라고도 했다.
진상조사위는 ‘윗선’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유남영 위원장은 “(정보경찰과 삼성의 협력이 윗선에) 보고가 된 점은 확인했지만 이 사실만으로 컨트롤타워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진술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진상조사위는 당시 경찰청 정보국장을 포함해 다수의 고위급 퇴직 경찰관들이 조사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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