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검·경 수사권 여론전에 경고
문 총장, 오늘 예정 간담회 연기
야당 “보이지 않는 압력 있었나”
여권선 ‘포스트 문무일’ 물색 중
문무일.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문무일 검찰총장이 공개 반발하면서 수사권 조정 문제가 정국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자 여권이 검찰에 강온양면책을 쓰고 있다. 원론적인 입장으로 대응 수위를 조절하면서도 기자회견 등 여론전을 준비하는 검·경에 경고 사인도 보내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일방적인 성명을 발표한다든가, 일방적인 주장만 일삼고 상대방을 공격한다든가 이런 것은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조직의 구성원으로서 그럴 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문 총장은 14일로 예고했던 기자간담회를 연기했다. ‘버스 파업’을 이유로 들었지만, 야당에선 “보이지 않는 압력을 느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검찰 관계자는 “국민에게 법안에 대한 문제점을 알릴 창구가 없다”며 “저 위에서 야당 의원 만나는 것도, 방송에 나가는 것도 마땅치 않아 한다”고 토로했다.
앞서 대검찰청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에 대한 검찰 측 입장을 정리한 의견서를 지난 10일 법무부에 제출했다. 해당 공문은 이번 주 중에 국회 사법개혁특위로 전달될 예정이다.
검찰은 공수처 도입에 대해 큰 틀에서는 동의하지만 일부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은 해소돼야 한다는 입장을 의견서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총장은 지난해 국회 사개특위에 나와 “공수처 설치 자체는 검찰 입장에서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공수처가 도입되려면 위헌적 요소를 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로 삼는 대목은 ▶수사기관을 신설하면서 일부만을 기소 대상으로 삼는 것은 유례가 없고 ▶공수처에 영장청구권까지 부여한 것은 헌법이 정한 검사 고유의 권한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 등이다.
여권 내부에선 차기 검찰총장 인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법안 처리 일정을 감안할 때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법안이 문 총장 임기(7월 24일)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작 당사자는 차기 총장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은 소관 상임위에서 180일, 법사위 90일, 본회의 60일 등 최장 330일간 논의 후 표결 처리하게 되어 있다. 여권에선 차기 검찰총장으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과제를 무리 없이 수행할 인물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후임 총장 인선을 위한 후보 추천위도 구성한 상태다. 문 총장의 잔여 임기는 70여 일이다. 김진태 전 검찰총장의 경우 임기 만료 50일을 앞두고 후보 추천위가 구성된 것과 비교할 때 ‘진도’가 빠른 편이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봉욱(사법연수원 19기) 대검찰청 차장과 조은석(19기) 법무연수원장, 김오수(20기) 법무부 차관, 이금로(20기) 수원고검장 등이 차기 총장 후보군으로 오르내린다.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해 온 윤석열(23기) 서울중앙지검장의 발탁 인사도 거론된다.
후임 총장 인선이 앞당겨질 경우 검찰 인사도 예정보다 빨라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검찰 ‘물갈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익명을 원한 여권 관계자는 “조직 이기주의에 함몰돼 개혁에 반기를 드는 인사에 대해서는 나름의 조치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말이 있다”며 “검찰 반발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원포인트 인사’를 한 뒤 점진적으로 후속 인사를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